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된 ‘검수완박(검찰청·형사소송법 개정안) 법안’의 위헌성을 판단해 달라며 27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 법안은 입법 절차와 내용 면에서 모두 위헌이라는 것이 법무부의 판단이다. 민주당이 앞서 지난 5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국민의힘 측에 소취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도 검수완박 헌법쟁송에 가세한 모양새다.
법무부는 한 장관을 비롯해 김선화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일선 검사 5명을 공동 청구인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10일 시행을 앞둔 검수완박 법안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도 냈다. 한 장관은 “과거에 이런 절차와 내용으로 70여년 유지돼 온 형사정책을 바꾼 입법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필요하면 (헌재에) 제가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헌법쟁점연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위헌성 여부를 검토해 왔다. 대검찰청은 지난 4월부터 “의회 독재에 의한 헌법 훼손”이라며 TF를 꾸리고 헌법재판 준비를 벌여왔다(국민일보 4월 20일자 1면 참조).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의 검수완박 법안이 국민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9월부터 단계적으로 4개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수사할 수 없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도 검찰 공소 기능을 사실상 박탈하는 내용이라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법무부는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 역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위장 탈당’ 및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 등으로 안건조정위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무력화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법치주의가 모두 훼손됐다는 것이다.
권한쟁의심판은 헌재 재판관 과반의 찬성으로 인용·기각·각하 결정이 나온다. 다만 헌재가 권한침해가 있다고 판단해도 법률이 효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헌재는 2009년 미디어법에 대해 국회의원 법률 심의·표결권에 대한 권한침해를 인정하면서도 법안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권한침해 여부와 함께 위헌 여부까지 판단할지는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권한침해 및 법률 자체에 대한 위헌 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민철 임주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