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임기를 26일 남겨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안에 대해 경찰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 책임을 지는 동시에 윤석열정부를 향한 항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청장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국민을 위한 경찰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심 어린 열정을 보여준 경찰 동료들께도 깊은 감사와 함께 그러한 염원에 끝까지 부응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과 미안함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앞서 행안부 장관 직속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경찰 통제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청장을 비롯한 경찰청 지휘부에 대한 책임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는 입장문에서 ‘국민의 경찰’을 반복해 언급하며 현 정부의 경찰 통제 방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청장은 “지난 역사 속에서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는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경찰제도 발전 논의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자문위안이 국민을 위한 방안 및 정치적 독립성과 거리가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과 행안부의 입장이 완고한 상황에서 조직 내부 반발을 감안할 때 김 청장의 선택지는 ‘사의 표명’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 청장은 자문위가 지난 21일 권고안을 발표하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지속적으로 면담을 요청했지만 계속 거부당했다.
일선 현장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찰 내 노조에 해당하는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속 경찰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독립선언문’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장 경찰관들은 국민을 위해 경찰이 민주적인 통제 아래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경찰 장악을 위해 경찰국 신설을 주장한다면 경찰관들은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찰 정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들은 ‘경찰 중립성 훼손하는 경찰국 설치 반대’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달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몰래 해오던 불륜을 이제는 대놓고 하겠다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비공식적으로 경찰에 관여해 왔다는 이 장관의 발언을 의식한 발언이다. 내부 반발이 거세지만 현 정부에서 승진한 차기 지휘부가 행안부에 추가로 반기를 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차기 청장이 내부 반발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