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대표가 같은 날 다른 모임을 주도했다. 장 의원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과 이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 첫 회의가 공교롭게 27일 각각 열렸다.
장 의원은 “이 대표와 제가 어떤 갈등이 있나”면서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고 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친윤계와 이 대표 간 협력은 이제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이 대표와 껄끄러운 관계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장 의원의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했다. 친윤계와 안 의원 간 연대설이 계속됐다.
미래혁신포럼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장 의원실은 포럼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58명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이 115명인 점을 감안하면, 정확히 절반(50.4%)이 참여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집결해 ‘친윤 세력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장 의원은 “20대 국회 때부터 있던 의원 연구 모임인데, 세력화라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혁신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원래 뿌리가 대통령 정당이었기 때문에 많은 소속 의원이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이 아닌가”라며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안 의원은 강연자인 김 전 위원장, 장 의원과 함께 맨 앞줄에 앉았다. 안 의원은 장 의원의 제안으로 깜짝 축사도 했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안 의원이 친윤 세력과의 연대를 시도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이어졌다.
안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선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이 대표의 ‘간장’ 발언에 대해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이 대표가) 속이 타나 보죠”라고 말했다. 윤리위의 징계 심의를 앞둔 이 대표를 비꼰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거 같다”고 썼다. ‘간장’은 ‘간 보는 안철수’의 앞 글자인 ‘간’과 장 의원의 성인 ‘장’을 합친 조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가 심혈을 쏟는 혁신위도 국회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선거 승리에 자만해 빈 밥그릇을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비치면 국민의 시선이 언제 싸늘하게 바뀔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최 위원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룰을 한번 만들어보려고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색채가 강한 혁신위가 공천룰을 건드릴 경우 국민의힘은 내전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혁신위를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친윤계 김정재 의원은 SBS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13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대표가 혁신위원 5명을 지명했다”면서 “‘이준석의 혁신위’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준석 사조직론’을 내세워 끝까지 혁신위를 흔드는 모습이 의아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MBN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허례허식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에) 부합하기 위해 안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윤계 좌장인 권 원내대표는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찾아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박세환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