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주역은 나’… 장제원과 이준석, 같은 날 다른 회의

입력 2022-06-28 00:04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을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준석 대표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재형 의원이 주최한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대표가 같은 날 다른 모임을 주도했다. 장 의원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과 이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 첫 회의가 공교롭게 27일 각각 열렸다.

장 의원은 “이 대표와 제가 어떤 갈등이 있나”면서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고 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친윤계와 이 대표 간 협력은 이제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이 대표와 껄끄러운 관계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장 의원의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했다. 친윤계와 안 의원 간 연대설이 계속됐다.

미래혁신포럼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장 의원실은 포럼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58명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이 115명인 점을 감안하면, 정확히 절반(50.4%)이 참여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집결해 ‘친윤 세력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장 의원은 “20대 국회 때부터 있던 의원 연구 모임인데, 세력화라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혁신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원래 뿌리가 대통령 정당이었기 때문에 많은 소속 의원이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이 아닌가”라며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안 의원은 강연자인 김 전 위원장, 장 의원과 함께 맨 앞줄에 앉았다. 안 의원은 장 의원의 제안으로 깜짝 축사도 했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안 의원이 친윤 세력과의 연대를 시도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이어졌다.

안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선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이 대표의 ‘간장’ 발언에 대해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이 대표가) 속이 타나 보죠”라고 말했다. 윤리위의 징계 심의를 앞둔 이 대표를 비꼰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거 같다”고 썼다. ‘간장’은 ‘간 보는 안철수’의 앞 글자인 ‘간’과 장 의원의 성인 ‘장’을 합친 조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가 심혈을 쏟는 혁신위도 국회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선거 승리에 자만해 빈 밥그릇을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비치면 국민의 시선이 언제 싸늘하게 바뀔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최 위원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룰을 한번 만들어보려고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색채가 강한 혁신위가 공천룰을 건드릴 경우 국민의힘은 내전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혁신위를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친윤계 김정재 의원은 SBS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13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대표가 혁신위원 5명을 지명했다”면서 “‘이준석의 혁신위’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준석 사조직론’을 내세워 끝까지 혁신위를 흔드는 모습이 의아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MBN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허례허식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에) 부합하기 위해 안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윤계 좌장인 권 원내대표는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찾아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박세환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