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경찰이 BH(청와대)와 직접 상대하는 걸 왜 독립성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에 이어 제4의 경찰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달 15일까지 행안부 내에 경찰업무를 담당하는 3개 부서 20명 안팎을 배치하는 조직 신설안을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을 정부안으로 수용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이르면 7월 중 행안부 내에 경찰업무 조직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는 등 정부의 통제 강화에 반발하는 경찰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헌법재판소나 법원 같은 독립기관이 아니다”며 “경찰의 독립성 침해를 주장하는 분들은 역대 정부에서 경찰이 행안부 장관을 ‘패싱’하고 BH와 직접 상대해 왔던 걸 독립성이라고 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그렇다면 잘못된 관행 수준을 넘어 헌법과 법률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이 경찰과 직접 소통하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질 것임을 너무나 잘 아실 것”이라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해양경찰청의 대응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개별 사건 수사에 외부 영향력을 미친다는 건 요즘 세상에서 결코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업무 조직 신설 문제는 대통령실 개편에 따른 불가피한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통제했던 건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 각 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공무원 덕분”이라며 “윤석열정부는 이들 조직을 폐지했다. 대통령실에서 경찰을 지휘할 조직이나 기구를 없앤 상황에서 행안부마저 손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이 장관의 기자회견 3시간 전 사의를 전격 표명했다. 김 청장은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시점에서 사임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라며 “국민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김 청장의 사표 수리를 보류했다. 대통령실은 김 청장의 사표 수리 여부와 관련해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청장의 사표 제출을 확인한 후 법과 규정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순방 당일 치안 총책임자인 김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장관도 “지난 주말 청장과의 통화해서 경찰 제도 개선에 대한 우려,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사임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강준구 김이현 이상헌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