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포스코의 성폭력 사건 대응이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고 본다. 회사 차원에서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사태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대응이 가해자 처벌에만 쏠리고 피해자 보호 등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1차 사건 이후 회사 차원에서 해당 부서에 ‘앞으로 사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아 2차 가해가 발생했다면, 이는 사측의 잘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회사)가 사내 성폭력 사건 인지 및 처벌 과정에서 가해자 처벌뿐 아니라 2차 가해를 방지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처벌 및 조치 방식이나 수위 등을 꼬집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기업의 성폭력 대응이 가해자 처벌에만 국한할 뿐 피해자 보호, 2차 가해 방지 등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포항여성회는 “지난해 12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지만, 사측은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동일 부서에서 다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말 상사의 성희롱에 대한 사내 징계가 감봉 3개월 수준에 불과했고, 복직 후 2차 가해를 막을 만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초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에 바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사내 성폭력 사건을 기업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 일탈에 국한해서 바라보는 분위기도 문제다. 포항여성회는 “이번 사건은 기업의 성차별적 조직 문화가 어떻게 성폭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정 교수는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사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추세이지만, 처벌 강화 이전에 사내 분위기 조성과 문제의식 숙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피해 직원이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며, 경찰 조사와 별개로 회사가 자체적으로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리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