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유류세 추가 인하 적용을 앞두고 담합 의혹 등 현장 점검에 나선다. 유류세 인하분이 실제 판매 가격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차원이다. 정유업계는 담합 조사가 아니라 자발적 동참을 끌어내야 할 문제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유류세 인하분이 주유소 판매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고 있는지 무작위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고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7%로 확대한다. 인하 폭이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면 휘발유는 ℓ당 57원, 경유는 38원, LPG 부탄은 12원씩 가격이 내려간다.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민관 합동 시장 점검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나 알뜰주유소처럼 유류세 인하분을 즉각 반영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며 “유류세 인하 폭이 반영돼 기름값이 저렴해지면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기 때문에 다른 주유소들도 유류세 인하를 적극 반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최근 유류세 인하분을 충실히 반영한 주유소가 거의 없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환율을 고려한 국제 휘발유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유류세 인하 전인 지난해 11월 11일보다 ℓ당 420원 올랐고, 유류세는 ℓ당 247원 내렸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은 그 차액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주유소 1만792곳 중 99.24%가 173원보다 휘발유 가격을 많이 인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유 업계는 유류비 절감 효과가 최대한 빨리 반영되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유류세 인하 확대 시행일부터 인하분을 즉각 반영해 공급하고, 당일 직영 주유소도 즉시 가격을 내린다. 석유유통협회·주유소협회 등의 석유사업자 단체들도 정유사 공급가격 하락분이 대리점·주유소 판매가격에 조속히 반영되도록 협조키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적용은 담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정부 현장 점검에 불만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 주유소의 경우 가격 결정은 전적으로 업주 자유다. 그걸 규제할 방법은 없다”면서 “특히 주유소별로 재고를 소진한 후 유류세 추가 인하분을 반영하다 보면 유류세 인하 조치의 체감도가 낮을 수 있다. 담합 조사가 아니라 업주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이종선 기자, 황인호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