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물량 증가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낙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산 투자자가 약정 기간 안에 이를 갚지 못할 경우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제도다. 예컨대 돈을 빌려 투자를 한 사람이 담보비율을 140% 이상으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주식이 강제로 청산될 수 있다. 이때 증권사는 신속한 자금 회수를 위해 하한가로 물량을 매도한다.
26일 투자정보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코스닥지수는 한 달간 13.90% 떨어져 전 세계 주요 주가지수 43개 중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코스피도 9.41% 하락해 6위에 올랐다.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두드러진 건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물량 급증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6월 하루 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209억7600만원으로 지난달(164억7800만원) 대비 27.3% 증가해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19조2160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이었다. 주가 급락으로 증권사 반대매매가 늘면 신용잔고가 줄어든다. 국내 5개 대형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는 22일 기준 1만2152개로 이달 초(1088개) 대비 10배 넘게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영향으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고 있는 가운데 반대매매 물량이 하한가로 쏟아지며 하락장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매수 물량은 이를 감당하지 못했고 이는 낙폭 확대로 이어졌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보다 특히 하락하는 데는 반대매매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 주문은 전날 종가보다 20∼30% 낮은 금액으로 산정된다는 점에서 실제 수치보다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감소했다는 것은 반대매매로 나올 수 있는 매도 물량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약세 구간에서 주가의 바닥은 신용잔고 비율의 바닥과 대체로 일치했다”며 “상환 거래가 늘어날수록 매물 부담이 커지지만 역으로 주가의 저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임송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