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하는 친문재인계의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이 23~24일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이 의원 면전에서 당권 포기를 촉구하면서다.
동료 의원들의 ‘이재명 불출마’ 목소리를 직면한 이 의원은 여전히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압박에도 이 의원이 결정을 미루면서 사실상 출마로 결심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 의원은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워크숍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밤 조별 분임 토론에서) ‘우리 당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과연 이 의원이나 내가 출마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 건지 판단해보자’고 (이 의원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워크숍 조별 토론을 위해 무작위 추첨으로 조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당권 경쟁자인 이 의원과 홍 의원이 함께 14조로 배정돼 ‘죽음의 조’라는 반응이 나왔었다.
14조에 소속됐던 의원에 따르면 홍 의원은 이 의원을 향해 “이 의원이 전대에 나오면 지난 대선 경선 때 벌어진 당내 갈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혼란이 올 것”이라며 불출마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도 당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 외에도 토론 참석자 대다수가 이 의원에게 이번에는 당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토론에 참석한 다른 의원은 “14조인 박광온·허영 의원은 친문에 속하고, 고용진·송갑석 의원은 앞선 재선의원 모임 발표를 통해 ‘이재명·홍영표·전해철 동반 불출마’를 요구하지 않았느냐”며 “이재명 출마를 옹호한 참석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당 대표가 된다고 해도 총선을 지휘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상처만 남을 수 있어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워크숍 뒤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 요구에 대해 “많은 분의 좋은 의견을 들었다”며 말을 아꼈다.
한 친이재명계 의원은 “이 의원이 출마로 마음이 기운 채 고민 중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의원은 “전해철·홍영표 의원이 잇따라 당권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워크숍에서 팬덤 정치와 계파 정치에 대한 반성과 쇄신에 관한 논의를 했다. 조승래 전략기획위원장은 “내로남불과 오만, 독선에 대한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예산=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