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징계 심의 연기 후폭풍… 국민의힘 깊어지는 내홍

입력 2022-06-24 04:04
국민의힘 배현진(왼쪽부터) 최고위원, 권성동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를 2주 뒤로 미루면서 당내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윤리위가 시간을 끌면서 당내 혼란이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윤리위 측은 “당헌·당규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이 대표의 징계 여부가 판가름 나는 다음 달 7일까지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 혁신위원회를 포함한 ‘이준석표 개혁정책’도 징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23일 중앙대학생위원회 고려대 지부 창립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당내에 윤리위부터 시작해 여러 문제가 부정적으로 대중에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 세대의 이탈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위의 징계 심의로 인해 앞서 이 대표가 끌어들인 20~30대 당원들이 집단 탈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윤리위 정국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해석에도 반대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대통령의 의중인지 의심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상황은 전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당내 현안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면 더불어민주당에 공격 소지를 줄 수 있다”며 “당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최소한의 개입을 하겠다고 천명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앞서 KBS 라디오 인터뷰에선 “(윤리위가) 경찰 수사 결과를 포함해 2주 사이에 참고할 만한 새로운 게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라며 “기우제식 징계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출범해 당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데 (윤리위가) 벌써 한 달 가까이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윤리위가 뚜렷한 결론도 없이 계속 시간 끌기, 망신 주기를 하면서 지지층 충돌을 유도하고 당을 자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리위는 전날 오후 7시부터 5시간 동안 이 대표 징계 심의를 위한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심의 일정을 추가로 잡았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가질 것이다. 징계를 안 할지라도 소명을 다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징계 심의 날짜를 연기한 이유가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 대표는 당원 가입을 호소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혁신에 힘을 보태려면 당원 가입밖에 답이 없다”며 “한 달에 1000원으로 국민의힘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00원의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은 당내 대선 후보 경선 투표 등에 참여하며 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윤리위 결정을 앞두고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한 이 대표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