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사상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두고 “아주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격앙된 어조로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까지 쓴 것은 경찰 조직의 기강을 잡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경찰은 최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문제 등을 두고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치안감 인사가) 번복됐다는 기사를 보고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니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에서 행안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경찰 내부망에) 그냥 고지해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참 말이 안 되는 얘기고, 어떻게 보면 국기 문란”이라며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았고 행안부에서 검토해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인사가 밖으로 유출되고, 이걸 또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다는 것 자체가 아주 중대한 국기 문란이 아니면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언론에서는 (치안감 인사가) 번복됐다고 하는데, 번복된 적도 없고 행안부에서 나름대로 검토해 올라온 대로 재가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경찰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중대한 실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단 경찰 쪽에서 (사태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자체 진상 파악이 미흡할 경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이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행안부에 파견한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첫 인사안을 전달받아 오후 7시쯤 내부망에 올렸다. 그러나 이후 수정 요청이 있었고 최종안을 오후 9시34분쯤 내부망에 다시 올렸다. 대통령 결재는 오후 10시쯤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는 “경찰보다 어떻게 보면 중립성과 독립성을 더 강하게 요구받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반발에도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당도 대통령의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이 완전히 ‘패싱’당했다”며 “이것을 정상화하기 위해 행안부 내 인사 기능을 보좌하는 경찰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헌 정현수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