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 곁으로 다가와 그들의 표정과 눈빛을 읽게 하는 박찬욱 감독의 방식이 배우로서 좋았다. 제가 할 수 있는 연기의 최대치를 끌어내 일반적이지 않은, 박찬욱식의 이야기와 화학작용을 완성하고 싶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23일 만난 배우 박해일(사진)은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박찬욱 감독과 작업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주연 배우와 감독으로서 박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이번 영화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박 감독, 탕웨이와 함께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는 “어느 순간 상대에게 ‘사랑해’라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 로맨스라면 이 작품에서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어른 멜로’는 에둘러 표현하면서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 가짜 감정도 던져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하고 직접 드러내지 않는 게 저희 영화의 표현방식”이라며 “박 감독이 예전 영화에서 보여준 연출법은 관객에게 다가가 감정을 긁는 식이었지만 이번엔 고양이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주인과 마주하는 듯한 식”이라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에서 형사 해준은 한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형사와 완전히 다르지만 물 만난 물고기 같은 연기를 펼쳤다. 그도 흔히 생각하는 형사의 이미지와 모순되는 캐릭터에 끌렸다고 했다. 직업에 대한 자긍심에 품위가 더해졌고 정중하고 깨끗했다. 잠복수사를 하며 시적인 말을 내뱉고 외면의 개성도 강해 의상의 디테일에도 신경을 썼다. 어떤 상황에든 준비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주머니가 많이 달린 옷을 입었다. 예의를 중시하는 면을 보여주기 위해 신발은 운동화를 신어도 상의는 수트를 입었다.
박해일은 “제가 못 봤고 떠올려보지 못한 형사의 모습을 감독님이 원하셨다. 정서경 작가가 쓴 매력적인 대사의 맛을 품위 있게 살리려 했다”면서 “감독님이 착실하고 탄탄하게 준비하는 편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준비되면 될수록 촬영할 땐 수월했고 명확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