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을 걱정했는데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의 ‘장(長)’은 길다는 의미의 한자다. ‘마’는 장맛비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작고한 서정범 교수에 의하면 물의 본뜻을 지닌 ‘마’는 ‘맏-말-마’의 변화를 거쳤다고 한다. 장마는 한자와 우리말이 합쳐진 단어다. 장마 기간에는 우리나라 1년 평균 강수량(1306㎜)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341~378㎜)가 내린다.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면 장마 기간은 평균 31일 정도였다. 중부지방의 경우 6월 25일에 시작해 7월 26일에 끝난다. 장마라고 해서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평균 17일 정도 비가 오니, 이틀에 한 번꼴이다.
장마는 북쪽의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남쪽의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만나 정체 전선이 형성되면 시작된다. 북태평양 기단 세력이 확장되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된다. 그런데 기상청은 2009년부터 장마철 예보를 중단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장마라고 보기 힘든 현상이 자주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장마인데 비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가 생기거나 장마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도 잦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날씨가 불규칙해진 탓이다.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 여름에는 폭염이 예고됐는데 기록적인 장마가 찾아왔다. 중부 지방의 경우 장마가 6월 24일에 시작돼 8월 16일에 끝나 54일간 지속됐다. 최장 장마였다. 장마철 강수량 역시 전국 강수량은 686.9㎜로 역대 2위, 중부 지방은 851.7㎜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장마가 7월 3일 시작돼 19일 끝났다. 장마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짧았고 비도 거의 오지 않았다.
올해는 유독 비가 오지 않았다. 지난 21일까지 전국 강수량 평균은 215.9㎜로 30년 평균값 대비 56.6%에 불과했다. 23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기간이나 강수량은 평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예보다. 장마가 오면 가뭄이 해결되고 농사에도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와 산불 걱정도 당분간 사라진다. 반가운 장마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