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TF, 해경 방문… “월북 판단 근거 신뢰성 떨어져”

입력 2022-06-23 04:06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가 22일 해양경찰청을 전격 방문하며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TF는 현장 검증 결과 2020년 9월 사건 발생 당시 해경이 북한군에 피살된 이대준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TF는 이날 오전 인천 연수구 해경을 찾아 7시간가량 현장 검증을 벌였다.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 정부기관 및 부처 가운데 해경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이다. 해경은 사건 당시 이씨가 월북 시도를 했다고 발표했다가 지난 16일 “월북 의도를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판단을 번복했다.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현장검증 뒤 기자들과 만나 “해경이 당시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 (월북 판단의) 근거가 됐던 감청 자료는 전체 중 일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해경이 당시 국방부에 SI(특수정보) 전체 내용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건네받은 일부 내용만 보고 월북 시도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또 다른 월북 근거인 조류 방향에 대해 “(이씨가 조류를 타고) 북측으로 갈 수도 못 갈 수도 있는 상황인데, 어느 한 가지 시나리오만 특정해 발표한 것은 고의였다는 (해경의) 답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월북 시도 배경으로 제시됐던 도박빚에 대해서는 “해경은 도박빚 2억6800만원이 있다고 했으나, 추후에 이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경도 이런 지적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또 이씨가 정신적 공황을 이유로 월북을 했다고 진단한 전문가 1명이 “월북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해경은 이전 의견을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해경은 예정에 없던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정봉훈 해경청장은 “수사 결과 발표로 혼선을 일으키고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청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과 유족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