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처음으로 내놓은 인권상황 보고서에서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지침을 비롯한 코로나19 대응 정책의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인권위는 22일 발간한 ‘2021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 보고서’에서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고 명복을 비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정서”라며 “이를 보호하는 건 유족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데도 ‘선 화장 후 장례’ 지침을 도입해 유가족의 추모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의학계는 해당 지침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고 과학적 근거도 없다며 지적해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20년 3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체를 화장해야 한다는 것은 흔한 미신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년여가 지난 1월 27일에서야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고시를 개정했다.
인권위는 방역을 이유로 진행한 개인정보 수집 및 공표에 대해서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확진자의 동선과 개인정보 공개 과정에서 확진자에게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거나 그들을 둘러싼 근거 없는 추측이 전국적으로 퍼지기도 했다”며 “보건정책적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보관할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목적과 필요한 개인정보의 범위, 기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또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유발하는 혐오와 차별을 우려했다. 혐오 표현 메시지로 출시 21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던 챗봇 ‘이루다’ 사례를 들며 “AI 개발·활용과 관련해 국민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과 세부 규정, 감독체계, 피해 구제 방안 등을 갖춘 강제성 있는 법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매년 활동보고서 성격의 연간 보고서를 냈으나 1년간 인권 상황을 종합적으로 다룬 보고서를 발간하긴 처음이다. 보고서에는 장애인·이주민·북한주민 등 66가지의 인권 문제에 대한 평가와 개선책이 담겼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