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안맞지”… 한미일 프로야구 역대급 투고타저

입력 2022-06-23 04:05
연합뉴스

KT 위즈 ‘국민 거포’ 박병호(사진)가 시즌 20호 홈런을 터뜨려 ‘라이온킹’ 이승엽을 넘어 KBO 최초 9년 연속 20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박병호의 파워와 꾸준함은 역대급 투고타저로 흘러가는 올 시즌이기에 더 돋보인다. KBO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도 극심한 투고타저 시즌이 지속되고 있다.

KBO에서 2000년대 들어 리그 평균자책점이 4점 이하로 내려간 건 2006년(3.58) 2007년(3.91) 2012년(3.82) 세 시즌뿐이다. 이에 더해 리그 전체 타율이 2할5푼 대로 떨어져 투타 엇박자가 맞물린 건 2006년(0.255) 2012년(0.258) 두 시즌으로 좁혀진다. 특히 2006시즌(OPS 0.694)과 2012시즌(0.698)은 장타율과 출루율을 더한 OPS가 0.7 이하로 타자들의 생산성이 평균 대비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서 지표상 투고타저가 명확히 관측된다.

올해도 그렇다. 21일 기준 리그 평균자책점은 3.89, 리그 전체 타율은 2.54로 앞서 예로 든 두 시즌과 대동소이하다. 장타율(0.369)과 OPS(0.696)가 극단적으로 낮아진 것도 궤를 같이한다.


메이저리그(MLB)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5월 초 2할3푼 대 초반에 그쳤던 MLB 전체 타율은 22일 현재 0.241까지 올라오긴 했으나 이 상태로 시즌이 종료된다고 가정하면 1968년(0.237) 이후 역대 최저 타율이다. 장타율 역시 3할대(0.391)로 2013년(0.386) 이후 4할 밑으로 떨어진 첫 시즌이 된다. 반면 리그 평균자책점은 0.398로 2015년(3.95) 이후 7년 만에 3점대를 기록 중이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율)도 1.269로 197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투수 지표의 우위가 분명하다.

일본도 투수의 득세는 마찬가지다. 지바 롯데 사사키 로키가 시즌 초반 오릭스 버팔로스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데 이어 주니치 드래건스 오노 유다이 역시 지난달 한신 타이거즈 전에서 10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오릭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18일 시즌 네 번째 노히트노런을 작성하는 등 올해 NPB는 투수 관련 대기록이 속출하고 있다.

투고타저 원인으로 3국에서 공히 주목 받는 건 공인구의 반발계수 조정 문제다. KBO는 2019년부터 공인구 반발계수를 줄여 사용하고 있는데 현 규정상 반발계수 범위는 0.4034~0.4234다. 시즌 초 1차 공인구 수치검사에서 측정된 반발계수는 0.405~0.407 사이로 정상 범주 안이지만 지난 시즌 같은 시기에 비해 0.1 가까이 줄어들었다. 일본도 비슷한 이슈가 제기됐고, MLB 역시 지난해 두 종류에서 올 시즌 한 종류로 공인구를 통일한 뒤에도 ‘(반발계수가) 일정치 않다’는 문제 제기가 여전하다.

KBO 자체적으론 올해 역점사업 중 하나인 스트라이크존 조정의 여파도 있었다. MLB는 올해 개막 엔트리를 28명으로 확대해 시작했지만 엔트리 복원(26명)으로 투수 운용이 타이트해지면서 타격 지표가 서서히 올라오는 경향도 관찰됐다.

더 근본적으로 트랙맨 등 피칭 분석 장비가 발전하면서 각국 투수들의 수준이 상향됐다는 분석도 있다. 스피드업과 피칭 매커니즘 교정을 통한 발전이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상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강철 KT 감독은 시즌 초 투고타저 현상에 대해 “좋은 외국인 선수도 늘어났고 어린 투수들이 성장하면서 리그 전체적으로 좋은 투수가 많이 생겼다”며 “타자들보다는 투수들이 위에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