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로켓 ‘통한의 46초’ 극복… 14분35초 만에 위성 궤도 안착

입력 2022-06-22 04:08

“발사자동운용(PLO) 시작.”

21일 오후 3시 50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누리호 2차 발사자동운용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순 공기가 무거워졌다. 발사자동운용이 시작되면 수동으로 발사를 중지할 수 없다. 사람 손을 떠난 것이다.

긴장의 10분이 흐른 후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마무리되자 누리호 1단에 장착된 75t 엔진 4기가 동시에 불을 뿜었다. 수증기가 응결된 김이 누리호와 발사대 전체를 휘감더니 굉음과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발사장 충격파는 직선거리로 3㎞ 떨어진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서도 또렷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했다. 누리호를 붙잡고 있던 고정장치들이 풀리자 아파트 15층 높이(47.2m)의 거대한 덩치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하늘을 향하던 누리호는 발사 2분3초 만에 고도 62㎞까지 상승했다. 2단 로켓으로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고도 202㎞ 상공으로 올라 위성을 보호하던 페어링을 양쪽으로 분리했다. 발사 4분29초 뒤 고도 273㎞에 다다르자 2단 로켓을 분리하고 3단 로켓을 점화했다.


3단 로켓이 바통을 이어받은 후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마의 구간’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는 3단 엔진이 521초 가동돼야 하는데 475초 만에 종료됐다. 그 탓에 속도가 초속 6.5㎞에 그쳤다. ‘통한의 46초’였다. 다행히 3단 로켓은 정상 가동됐다. 충분한 힘을 받은 누리호는 3단 엔진이 종료된 뒤 목표 궤도인 700㎞에서 초속 7.5㎞에 도달했다. 누리호가 발사장을 떠난 지 14분35초 만이었다. “목표 궤도 돌입 확인.” 목표 궤도 돌입 성공을 알리는 안내 멘트엔 연구진들의 박수 소리가 섞였다.

이후 누리호는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를 1분 간격으로 분리했다. 약 30분 뒤 위성들이 정상적으로 궤도를 돌고 있다는 게 확인되자 나로우주센터에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발사를 앞두고 하늘도 도왔다. 이날 나로우주센터 하늘은 군데군데 구름이 떠다녔고, 바람도 잔잔했다. 풍속은 초속 4m, 고층풍은 15m로 약했고 낙뢰나 강우 가능성도 없었다. 발사 시각, 간간이 떠다니던 구름마저 자취를 감췄다.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린 하루였다.

고흥=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