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로 퇴행” 행안부 ‘경찰 통제안’에 집단 반발

입력 2022-06-22 00:04
서울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 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내용의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이 발표되자 경찰과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경찰이 정치 권력 눈치를 보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행안부령이나 시행령을 통해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국회 패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와 자문위는 21일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이라는 지원책과 동시에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 ‘총경 이상 인사권 실질화’ 등이 통제 방안이 담긴 권고안을 발표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행안부의 직접적인 경찰 관리·감독이 적절하느냐’는 점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정무직 장관이 경찰 조직을 직접 통제한다는 것은 경찰법 제정 이전으로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행안부와 자문위는 경찰을 둘러싼 ‘시대 변화’를 강조했다. 공동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으로) 지난해부터 경찰의 권한이 달라졌다. 경찰청이 외청으로 독립할 때는 수사권이 없었다”며 “권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견제와 균형의 원리도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립성 침해 논란이 거세다. 사실상 민감한 수사를 하면 인사권을 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찰 및 징계제도 개선’도 권고안에 포함돼 사실상 인사권과 징계·감찰권으로 경찰을 정권 입맛에 맞게 운영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황 변호사는 “행안부 장관에게 총경 이상의 인사제청권이 있다는 게 경찰공무원법의 법률에 나와 있기 때문에 그 제청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그동안 제청권을 행사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창섭 행안부 차관(오른쪽)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 개정 대신 행안부령을 활용한다는 방안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행안부는 경찰청장을 비롯한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을 행안부령으로 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황 위원장은 “정부조직법에 장관 사무로 특정되지 않아도 외청에 대한 지휘권은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 행안부가 경찰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지휘규칙을 제정한다면 위법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경찰청법 제정의 취지를 고려해야한다는 얘기다. 위헌소송이나 권한쟁의 심판 등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문위는 행안부의 경찰 관리 감독 외에 인력을 확충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지원책도 포함시켰다. 순경 등 일반 출신의 고위직 승진 기회 확대, 복수직급제 개선 등 현장 경찰들이 반길 내용도 담아 반발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권고안이 나오자 경찰 내부와 시민사회는 일제히 반발했다. 경찰청 지휘부는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하며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 제도의 기본 정신 또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선 현 지휘부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경찰청장 용퇴론’이 다시 한번 언급됐다. 국가경찰위원회도 “경찰행정을 과거와 같이 국가 권력에 종속시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김판 성윤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