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에도 구름 관중… “해냈다! 대한민국” 일제히 환호

입력 2022-06-22 04:06
누리호 2차 발사일인 21일 오전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누리호 발사 준비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우주발사전망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를 앞두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전망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숨을 죽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5, 4, 3, 2, 1 발사!”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누리호가 날아오르자 “드디어 해냈다”는 환호성이 터졌다. “대한민국”을 큰소리로 연호하거나 기도하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이들도 있었다.

이날 누리호가 우주로 날아오르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나로우주센터 인근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발사 순간을 초조하게 지켜봤다는 장모(32)씨는 “누리호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이자 위대한 업적”이라며 “누리호가 날아오르는 순간 뭉클해지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누리호가 발사되기 3시간 전부터 나로우주센터에서 15㎞ 떨어진 우주발사전망대는 성공적인 비상을 염원하는 시민들로 빼곡했다. 이곳은 누리호가 발사되는 순간의 장면과 진동, 굉음까지 직접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장관을 관람하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운 시민도 있었다.

우주발사전망대 인근에는 ‘누리호 발사 잘 보이는 곳’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인파가 몰리면서 발사를 1시간쯤 앞두고는 근처에 있는 남열해수욕장까지 발걸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발사 성공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모습. 연합뉴스

오후 5시10분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생중계로 성공 소식을 전하자 고흥 현장에서 발사를 지켜본 시민들은 “와” 하며 큰 함성과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누리호 발사를 보기 위해 고흥을 찾은 손민정(26)씨는 “초등학교 때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를 보면서 우주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었는데 누리호 발사 현장도 지켜볼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누리호 발사의 성공으로 한국 우주산업이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누리호에 실리는 큐브위성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다.

고흥에 강한 햇볕에 내리쬐면서 체감온도는 30도를 넘어섰지만 시민들은 지친 기색 없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오랫동안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고흥군청은 태극기와 부채 등을 준비해 나눠주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화면으로 지켜본 시민들도 한마음으로 누리호의 도약을 응원했다. 서울역 대합실 TV를 통해 성공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화면을 지켜보며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직장인 정모(26)씨는 “물가도 오르고 살기 팍팍한 어려운 시국인데, 누리호 발사 성공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뭉클하다”고 전했다. 회사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동료들과 함께 누리호 발사의 순간을 함께했다는 이모(34)씨는 “누리호가 발사되는 순간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며 “한국이 세계적인 과학 강국으로 우뚝 서면서 나까지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민지 양한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