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먹튀’ 논란과 주가 하락에 화난 소액 주주의 항의에 카카오페이와 NHN이 21일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주 항의를 이기지 못하고 주가 부양에 나선 모습이지만 실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은 단순 자사주 매입은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경영진 4명이 자사주 2만3052주(18억원어치)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나호열 기술협의체 부문장 1만235주, 이지홍 서비스협의체 부문장 1만주, 전현성 전 경영지원실장 1500주, 카카오페이증권 이승효 대표 1317주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가 12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다.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주주들의 거센 항의 끝에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원진 8명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900억원어치 카카오페이 주식을 고점에 팔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 등 조치를 요구해왔다.
NHN도 이날 자사주 110만주(3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신규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공시하고 장내 취득했다. NHN은 전 거래일 대비 9.91%(2650원) 오른 2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NHN의 자사주 매입은 소액주주모임이 장기간 집단행동에 나선 결과다. 앞서 NHN주주모임 회원들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 소액주주 단체와 함께 서울 삼성동 이준호 회장 자택 앞에서 주가 관리를 주문하는 집회를 3차례 열었다. 지난 17일에는 정우진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주가 부양 계획을 논의했다.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일은 고무적이다. 다만 근본적인 경영기반 개선이나 실적 향상 없는 단순 자사주 매입은 반짝 효과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셀트리온(2512억원) 한샘(500억원) 미래에셋증권(836억원) 등 기업들은 상반기 적지 않은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주가는 되레 하락했다.
또 기업이 취득한 것보다 더 많은 자사주를 처분하면 매입 효과는 바로 사라진다. 카카오페이 2대 주주 알리페이가 지난 8일 카카오페이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하자 주가가 15.57% 폭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달 ‘국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처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는 2020년 자사주 2억8000만주를 취득했으나 동시에 1억6000만주를 처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