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주탐사가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성공으로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나로호로 기틀을 닦고 누리호로 기술 자립을 이뤄낸 국내 우주개발 역사는 2031년 달 착륙을 목표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2010년 시작된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은 이날을 기점으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1조9572억원을 들여 액체엔진부터 시험설비, 시험발사체, 실제 비행모델까지 개발했고 지난해 10월과 이날 각각 1, 2호기를 발사했다.
누리호 3호기는 내년 초 발사될 예정이다. 3호기부터는 ‘고도화 사업’이다. 앞선 두 모델을 통해 독자적으로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해 앞으론 수송 능력 등을 끌어올리고 신뢰성을 축적하는 게 주된 목표다. 정부는 3호기를 단별로 조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모두 4차례 발사된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기 등 여러 실용위성도 본격적으로 실린다. 1호기엔 1.5t 중량의 위성모사체(더미 위성)만 탑재됐고, 이날 발사된 2호기엔 1.3t짜리 모사체와 더불어 성능검증위성이 실렸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뉴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산업) 시대에 맞는 민간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적극적인 기술이전으로 설계부터 제작·운용까지 가능한 한국판 ‘스페이스X’를 키워낼 계획이다. 러시아 기술을 들여와 국내 기업 참여가 쉽지 않았던 나로호와 달리 누리호 개발엔 초기부터 다양한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 예산의 80% 가까운 1조5000억원가량이 산업체에서 집행됐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나선다. 누리호는 지구 저궤도에 1.5t급 위성을 실어보낼 목적으로 설계됐는데, 차세대 발사체는 수송 능력을 10t까지 확장하는 게 목표다. 이 발사체엔 누리호 엔진(75t급)보다 추력이 더 강한 100t급 액체엔진이 5기 들어간다. 배기가스를 다시 활용하는 다단연소사이클 방식을 채택해 연료 효율도 10%가량 더 높인다.
차세대 발사체의 목표는 달이다. 순조롭게 개발되면 2030년 첫 발사 후 그 이듬해 한국형 달 착륙선을 실어 보내게 된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1조9330억원이 투입된다. 이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지난달 시작했다. 이와 별개로 달 탐사는 연내 시작된다. 오는 8월 한국 최초의 우주 탐사선 ‘다누리’가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발사체로는 스페이스X의 팔콘9가 쓰인다. 다누리는 올해 말 달 상공 100㎞ 궤도에 진입해 1년간 달 표면 촬영, 우주인터넷 검증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