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요.” 이 한 마디가 시작이었다. 지난 2월 LG화학은 고객사 A기업, 한국도로공사 사내 벤처 ‘이노로드’와 함께 경북 문경시 불정터널에 CNT를 활용한 면상발열체를 깔았다. 터널 내 고드름 방지가 목적이었다.
CNT는 배터리 핵심 소재다. 양극 도전재로 사용되는데, 기존 카본 블랙 소재보다 전도도가 높아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CNT를 배터리가 아닌 터널에 까는 건 새로운 시도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 다이아몬드와 비슷하다.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한다. 이런 특징을 도로 안전 문제 해결에 활용한 것이다.
세 회사의 필요와 의도가 맞아떨어졌다. LG화학과 A사는 그동안 CNT 관련 연구·개발(R&D)을 같이 해왔다. 성과도 있었다. CNT를 적용한 면상발열체를 개발했다. 비슷한 시기 이노로드는 도로 결빙(블랙아이스)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발열체 업체를 수소문했다.
CNT를 시범 적용할 곳으로 선택한 불정터널은 고드름 상습 발생 구간이다. 기존에 깔려 있던 금속 열선도 모두 끊어져 있던 상태였다고 한다. 기존 도로나 터널에는 도로 결빙 및 고드름 방지를 위해 보통 금속 열선을 사용한다. 이 경우 선이 지나는 곳만 따뜻해진다는 단점을 갖는다. 얇은 선이다 보니 파손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유지·보수도 어렵다. 반면, CNT를 적용한 면상발열체는 고온 구현이 가능하다. 열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도 있다. 내구성도 강하다.
시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기존 선상발열체 대비 30~40% 이상 개선된 발열 효율을 보였다고 한다. 선이 아닌 면으로 발열체가 깔리다 보니 파손의 위험도 덜했고, 부분적 발열도 상당부분 개선됐다. LG화학과 A사, 이노로드는 곧바로 두 번째 시범 적용 지역을 선정했다. 이번에는 터널이 아닌 도로다. 정확한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주IC 인근으로 알려졌다. 도로면 전체에 CNT 면상발열체가 깔리는 건 아니다. 바퀴가 지나는 자리 위주로 설치된다. 현재 필드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21일 “이번 도로 결빙 방지 프로젝트는 전지소재로 주목 받고 있는 CNT를 기타 신규 용도로 확장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CNT가 도로 안전 이슈를 해결하는 핵심 소재로 적극 활용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