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친문’ 공공기관장, 尹 정부와 ‘불편한 동거’

입력 2022-06-21 00:05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공공기관경영평가 주요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근호 감사평가단장, 김완희 준정부기관 평가단장, 최상대 기재부 2차관, 박춘섭 공기업 평가단장, 홍두선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뉴시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친문’(親文) 공공기관장 대부분이 C(보통)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으며 자리를 지켰다. 이들 다수는 임기가 윤석열정부 중반인 2024년까지 남아있어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20일 발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친문으로 분류된 공공기관장은 한 명도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경영평가 결과 한 차례 E(아주미흡)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D(미흡)등급을 받으면 해임건의 대상이 된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이번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채 사장은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사건과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에 압력을 넣어 원전 가동을 중단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김금옥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도 같은 등급을 받아 평가를 통과했다.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C등급을 받아 자리를 보전했다. 반 사장은 전 정부의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지냈다. 문재인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정승일 사장이 있는 한국전력공사도 C등급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1대 총선에 출마했던 이삼걸 사장이 있는 강원랜드도 C등급을 받았다. 송영길 인천시장 시기 경제특별보좌관으로 근무했던 권형택 사장의 주택도시보증공사도 C등급으로 보통으로 평가됐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친문 기관장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춘진 사장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A(우수)등급을 받았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1년 선배다. 한명숙 국무총리의 정무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던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도 A등급을 받았다.

올해 E등급을 받아 해임이 건의된 김경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 출신으로 친문 인사로 분류되지 않는다. 역시 E등급을 받은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협력분과위원회 활동 이력이 있지만 재임기간이 짧아 해임 건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거에는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은 대부분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사퇴를 강요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유죄를 확정한 이후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버티기’ 기류가 강해진 분위기다. 김금옥 이사장, 반장식 사장, 정승일 사장, 김춘진 사장 등의 임기는 2024년까지다.

사상초유의 적자를 기록 중인 한전과 9개 자회사는 희비가 교차했다. 한전은 C등급을 받은 반면 한전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S, 탁월), 한국남동발전(A), 한국남부발전(A), 한국중부발전(A), 한국수력원자력(B, 양호) 등은 양호한 성적을 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