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평가 방식, 文정부 때와 180도 달라진다

입력 2022-06-21 04:04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공공기관경영평가 주요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내년부터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의 중심축이 ‘사회적 가치’에서 ‘효율 경영’으로 180도 전환된다. 사회적 가치 점수는 낮추고 재정건전성 등 재무 지표 평가 점수가 상향된다. 인력·조직 구조조정으로 생산성을 높였는지 여부도 핵심 지표로 삼는다. 하지만 이런 방향성이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종용하는 형태라서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0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평가제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7~8월 민·관 합동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개편의 핵심은 경영의 효율화로 잡았다. 일단 문재인정부에서 가점을 대폭 상향했던 사회적 가치 비중(25점)부터 낮출 계획이다. 대신 5점에 불과한 재무성과 지표 비중을 상향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부채가 각각 434조원, 128조원까지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했다.

방향성만 보면 내년에는 큰 폭의 등급 변동이 예상된다. 한 예로 올해 A(우수)를 받은 수자원공사의 경우 재무성과보다는 다른 부분 영향이 비중 있게 반영됐다. 하지만 재무성과 지표 비중이 높아지면 4대강 사업 이후 부채에 허덕이는 현 상황이 평가를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에 포함한 ‘공공기관 혁신’ 기조도 반영한다. 핵심 지표로는 ‘공공기관의 혁신 노력 성과’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기능·인력 조정 등 생산성 제고, 민간혁신지원 노력 및 성과를 예시로 들었다. 문재인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단행하며 급증한 공공기관 인력에 대해 사실상 구조조정을 예고한 셈이다. 이날 발표 내용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국정과제에 포함된 KBS 등 공영방송 경영평가 도입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전면 개편 작업이 성과급 지급 방식 재검토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핵심 지표 달성 여부를 무시하기가 힘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전 정부처럼 공공기관이 인력을 더 뽑을수록 점수를 후하게 주는 구조는 잘못됐다. 실적 등 수치로 입증되는 계량평가 비중이 높은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대로라면 원가보다 낮은 공공요금 체계 대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조조정이 불러오는 사회적 갈등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평가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공공기관 부담을 덜기 위해 비계량평가는 기관장 교체 때 한 번만 하는 것도 필요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