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챔피언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앞선 두 시즌 각각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KBO 10구단 체제의 안착을 알렸던 막내 구단 KT 위즈와 NC 다이노스가 초반 부진을 씻고 반등 중이다. 6월 승률 1, 2위를 달리며 중위권 경쟁 구도를 재점화시켰다.
KT는 최근 10경기 7승 3패, 월간 10승 2무 5패로 상승세를 탔다. 선두와 13.5게임 차 벌어진 8위로 6월을 맞이했지만 벌써 5위까지 치고 올라가 4위 KIA 타이거즈를 2.5게임 차로 위협하고 있다.
NC 역시 기세가 무섭다. 9승 2무 4패로 월간 승률 1위에 올랐고 지난주 3승을 거두는 동안 패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초반 까먹은 승수가 워낙 많아 9위에 머물러 있지만 19게임 차 10위에서 불과 2주 만에 한화 이글스를 최하위로 밀어내고 격차를 4.5게임 차까지 벌렸다. 5강 경쟁권과 게임 차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두 팀 모두 시즌 초반 부진의 배경에 핵심 선수들의 이탈이 자리했던 만큼 반등 역시 이들의 복귀가 모멘텀이 됐다. 사령탑 또는 외국인 선수 교체를 발 빠르게 가져가 분위기 쇄신에도 성공했다.
KT는 발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던 간판타자 강백호가 개막 3달 만에 돌아왔다. 그간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운 박병호가 홈런 1위(19개) 타점 3위(50점)로 여전히 든든하다. 수준급 리드오프 조용호와 공수겸장 안방마님 장성우 김준태, 한 방이 있는 황재균 등 타선의 짜임새가 한층 견고해졌다.
외인 선수 교체도 빠르게 가져갔다. 헨리 라모스를 대신해 새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는 19일 경기에서 5번 타자로 나서 KBO리그 마수걸이 홈런포를 터뜨렸다. 새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 다음 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다면 KT의 승수 쌓기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창단 첫 우승을 함께한 이동욱 감독과 작별하고 강인권 감독대행 체제를 선택한 NC는 토종 에이스 구창모의 복귀가 분위기 쇄신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구창모는 부상 공백이 무색한 완벽투로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등 상위권 팀을 연이어 제압하고 3승을 거뒀다. 16일 KIA전에서도 무실점 피칭을 펼치며 복귀 후 4경기 단 1실점, 평균자책점 0.40의 짠물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리그 에이스급 외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가 건재하기에 강팀의 선제 조건인 원투펀치 완성과 함께 마운드가 급격히 안정되는 분위기다.
외인 타자 닉 마티니와 FA 신입생 박건우 손아섭이 타선에서 고군분투하던 사이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던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3인방이 5월 복귀 후 적응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징계가 풀린 박석민도 15일 복귀했다.
이번 주중 시리즈에선 현시점 최고조의 두 팀 KT와 NC가 수원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주말에는 KT가 3위 LG트윈스, NC가 선두 SSG 랜더스와 만나 상위권 팀을 상대로 추가 도약 가능성을 타진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