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불 껐지만…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업계, 경기둔화 우려

입력 2022-06-21 04:05
화물연대 총파업이 종료된 가운데 지난 15일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열연코일 등 철강 제품 출하가 재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로 ‘물류대란’이 일단락된 가운데 산업계는 차츰 회복세를 보인다. 하지만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계에선 파업 기간에 쌓인 물량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원자재 가격 인상, 글로벌 경기 위축 등의 리스크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하반기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강·석유화학 업종이 입은 피해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주요 철강사는 약 72만1000t 규모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했다.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지난 15일 육송 출하를 재개했지만, 물류 정상화까지 10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시멘트 업계도 피해가지 못했다. 파업에 따른 시멘트 업계의 매출 손실 규모는 1061억원으로 추산된다. 파업 기간에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보다 10% 정도 감소했고, 일부 공장의 생산라인은 멈춰서기도 했다. 파업이 끝났지만 시멘트 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기로 화물연대와 합의하면서 물류비용 부담을 호소한다.

석유화학업계에서도 정상적인 조업을 회복하기까지 최대 열흘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파업 기간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늘어난 재고를 쌓아둘 곳이 없어서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줄였다. 울산·여수·대산 등 주요 석유화학단지에선 하루 평균 출하량이 파업 전(7만4000t)과 비교해 90%나 급감했었다.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공장 가동률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쌓아둔 화학제품의 출하량을 높일 예정이다.

그러나 철강, 석유화학 업계에선 더 큰 위기가 다가온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은 치솟고 있다.

올해 1분기 나프타 평균 가격은 t당 884달러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재료다. 원자재 가격이 뛰면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경기 둔화도 걱정한다. 철강업계에선 세계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면서 철강 제품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을 걱정한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