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인데 찍힐라”… ‘李 불출마 연판장’ 흐지부지

입력 2022-06-21 00:04 수정 2022-06-21 00:04
국민DB

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계와 초·재선 의원 그룹이 추진해온 ‘이재명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 연판장이 흐지부지되는 모습이다.

이대로 가면 이재명 의원의 차기 당대표 당선이 유력하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괜히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다가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쥐는 새 당대표의 ‘블랙리스트’에 오를까봐 다수 의원이 몸을 사리는 것이다. 특히 연판장 서명에 열린 태도를 보였던 의원들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어 연판장 계획이 용두사미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별 접촉을 통해 연판장에 연명할 의원들의 의사를 타진하는 단계인데, 시점과 방식에 이견이 있어 연판장은 아직 돌리지 않은 상태”라며 “추진 여부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연판장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는데 진전이 없다”며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의원들 사이에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심리가 확산되면서 연판장이 흐지부지된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의원들 사이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 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는 여론이 높아졌다”며 “나가면 사실상 당선인데 누가 이 의원과 각을 세우는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겠느냐”고 말했다.

친문계 한 의원은 “처음에는 100명 서명을 목표로 잡았지만 지금은 50~60명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라며 “너무 적게 참여할 경우 오히려 이 의원의 출마 명분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연판장이 거론되기 시작한 건 지난 9일 재선 의원들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다. 당시 일부 재선 의원이 ‘세대교체론’을 명분으로 이 의원과 홍영표·전해철 의원 등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자고 제안했었다.

민주당은 20일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전대 준비 체제로 들어갔다.

전대 준비가 본격화되자 ‘전대 룰’을 둘러싼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최대 쟁점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다. 현행 규칙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다. 대의원 비율이 높은 현행 룰은 친문계에 상대적으로 유리해 친이재명계는 권리당원 비율을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8일 인천 계양산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가 큰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당원 표심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전대 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 발언을 두고 “변화를 거부하는 낡은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당원 표심과 일반 국민 표심을 50%씩 반영하는 전대 룰을 제안했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