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국가배상금 계산 방식이 달라지면서 오히려 국가에 빚을 진 이창복(84)씨가 일부 부담을 덜게 됐다. 과다 지급받은 배상금 원금 약 5억원만 납부한다면 약 9억6000만원으로 불어난 지연이자는 면제하기로 법무부와 관계 기관이 결정한 것이다.
법무부는 20일 서울고검, 국가정보원과 초과지급 국가배상금 환수 관련 관계 기관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7년 재심으로 무죄를 확정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배상 책임을 약 15억원으로 인정했지만 2011년 대법원이 손해금 산정 기산일을 다르게 판단해 약 6억원으로 다시 계산했다. 이씨는 1심 후 약 11억원을 가지급받았던 터라 약 5억원의 국가배상금을 초과 지급받은 셈이 됐다.
국가는 이씨에게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에는 이씨 소유 자택에 강제집행 신청도 했다. 그사이 이씨의 초과지급 배상금 원금에는 9억6000만원가량 지연이자가 붙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이씨에 대한 국가의 ‘빚 고문’이 계속된다고 지적해 왔다.
이날 정부 결정은 법원의 최근 화해권고를 수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법원은 지난달 이씨가 국가에 원금만 납부하면 그간 발생한 지연손해금은 면제하라는 내용으로 권고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가지급 이후의 판례변경이라는 이례적 사정으로 이른바 ‘줬다 빼앗는’ 과정이 생겼다”며 “국가 배상의 취지와 개별 국민이 처한 상황을 볼 때 국민 상식의 눈높이에서 공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