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테스트’를 통해 신세대와 구세대가 나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김주원(사진) 한글학회 회장은 한글의 여러 기능 중 읽고 쓰는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세대나 계층에 관계 없이 누구나 알 수 있는 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글학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신조어에 대해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려면 학습을 해야하는데 조금 배우면 유행이 싹 바뀌고 전혀 새로운 줄임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며 웃었다.
그는 일단 신조어 유행이 ‘세대 간 언어 단절’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김 회장은 “한글에는 언어유희적 기능도 있다”며 “신조어가 또래 간의 언어 생활을 즐겁게 만들고 창의성을 자극하기도 해 부정적으로 볼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소통에 지장을 초래하는 ‘개인 말’(또래들이 쓰는 말)을 뛰어넘지 않는 한에서다.
특히 신문과 방송, 잡지와 같이 공공성을 지니는 매체에서는 신조어 및 줄임말 사용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하는 매체에서까지 신조어, 외래어가 유행하면 그때는 ‘언어 단절’을 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혼동을 일으키는 한자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써야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금일’과 ‘금요일’을 헷갈려한 것에 대해 김 회장은 “최대한 한글로 바꿔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자어 금일 대신 오늘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쉬운 우리말을 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유첨’이라는 단어는 직장인들이 쉽게 쓰는 한자어지만 ‘붙임’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붙임’이라고 하면 그건 우리 머릿속에 딱 들어오지 않나. 그런 식으로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을 때 이념처럼 ‘자기 뜻을 펼 수 있고 남들이 적어 놓은 걸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어문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20여년 간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 김 회장은 지난 4월부터 한글학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한자어나 외래어를 한글로 대체하기 위해선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말이라는 건 입에 익으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러워진다”며 “쉬운 우리말을 쓰는 노력이 계속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