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음악가보다 먼저 신실한 사람이 돼라” 21년째 이어진 사제지간 ‘큐티 하모니’

입력 2022-06-21 03:05
강수정(왼쪽) 서울신대 교수와 학생들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푸르지오아트홀에서 열린 제4회 큐티앙상블 음악회에서 앙코르 곡을 부르고 있다. 강수정 교수 제공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총장 황덕형 목사) 교회음악과에는 20년 넘게 이어져 오는 모임이 있다. 학기 중 매주 한 차례 열리는 ‘큐티앙상블’이다. 10여명의 학생이 강의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말씀을 읽고 서로의 삶을 나눈다. 큐티앙상블은 시간이 쌓일수록 학생들이 성경적 교제를 나누며 신앙을 굳건히 하는 장으로 단단해지고 있다.

큐티앙상블을 만든 이는 피아노 전공 강수정(56) 교수다. 강 교수는 학교에 처음 발령을 받은 2001년부터 이 모임을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전공과목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먼저 하나님을 알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20일 “신학대 교수로서 ‘유능한 음악가’를 만들기 이전에 ‘신실한 음악가’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큐티를 함께할 학생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말씀과 나눔에 목마른 학생이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을 때는 줌(zoom)으로 모임을 했을 정도로 큐티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은 크다. 학교를 졸업해도 단체 채팅방에서 나가지 않고 교제하며 기도제목을 나눌 정도다. 지난 2월 학교를 졸업한 김보영(45)씨는 “큐티앙상블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법을 배우고 기도의 동역자를 만나는 곳이었다. 교회음악가로서 ‘내가 아닌 하나님이 드러나야 한다’는 기본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을 배웠다”며 “교수님께서 새벽마다 학생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기도해 주신다. 음악적, 영적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께 배운 대로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로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큐티앙상블은 자체적으로 공연도 열면서 전문성을 갈고 닦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푸르지오아트홀에서 열린 제4회 음악회에서는 강 교수와 큐티앙상블 학생 9명이 참여해 피아노 성악 작곡 등의 실력을 펼쳤다.학교 강의실이나 강당을 벗어나 큰 공연장에서 하는 음악회 경험은 학생들에게 큰 자산이 된다. 유료 공연이지만 재정적으로 모자라는 부분은 강 교수가 후원하고 있다.

강 교수가 학생들에게 큐티를 통해 신앙을 전수하고 있듯이 그도 그의 선생님에게 큐티를 배웠다. 그가 예중 입시를 준비할 때 레슨을 받았던 선생님이 큐티선교회를 만든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였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김 목사는 신대원에게 들어가기 전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당시 김 목사는 그에게 큐티를 강요한 적은 없지만 항상 큐티집을 갖고 다니면서 먼저 기도하고 묵상하는 본을 보였다. 그 후 그의 인생에 큐티는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큐티는 우리가 매일 새로운 말씀의 양식으로 살아가게 하는 축복입니다. 그 기쁨을 제자들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은퇴하는 날까지 학생들에게 신앙의 선배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큐티앙상블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