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라는 것도 사실 성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문제는 하나님 없는 인권, 하나님 자리에 인권이 우상으로 자리한 것이죠.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 문제는 여야 정당 간 정치싸움이나 어느 한쪽 편을 드는 차원이 아니라 ‘영적 전쟁’이라 봅니다.”(원성웅 목사)
“차금법의 껍데기는 일견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속의 알맹이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그 내용을 정확히 알게 되면 아무도 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이 차금법을 막는 방파제 국가가 돼 서구 나라까지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길원평 교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차금법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교계 대다수는 차금법이 동성애를 지나치게 옹호하고 표현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줄곧 반대해왔다. 2020년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필두로 본격적인 차금법 제정 움직임이 일었을 때였다. 500여 교계와 시민단체가 이를 반대하며 모여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연합단체가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진평연)이다.
진평연은 그간 차금법과 유사한 내용이 담긴 ‘평등법’ ‘건강가정 기본법 개정안’ ‘학생인권조례’ 등이 성경의 가르침을 무시, 왜곡하고 지극히 인본주의적이라며 반대해왔다. 인권과 평등이란 이름으로 자유를 훼손하고 역차별을 일으킨다는 우려를 전했다. 특히 동성애와 관련해 성경에 근거한 올바른 시각을 끊임없이 사회에 알려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진평연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제11회 국민미션어워드 시상식에서 올해의 사회윤리운동 부문 상을 받았다.
진평연을 이끄는 상임대표 원성웅 목사와 집행위원장 길원평 한동대 석좌교수를 지난 15일 원 목사가 시무 중인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옥토교회에서 만났다.
이들은 차금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해서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며 올바른 인권의 뜻부터 정의했다. 원 목사는 “동성애자들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보다 낮다. 사람들은 동성애 혐오만 얘기하지 동성애로 인해 병에 걸린 것의 폐해는 얘기하지 않는다”며 “동성애자를 혐오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하나님에 속한 형제인 만큼 불안한 삶에서 구해주고 삶을 치유하고자 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 교수도 “인권은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신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성경적인 동성애자들의 행태와 결국에는 동성혼을 합법화하려는 저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세대에게 성경이 말하는, 올바르고 건강한 성 가치관을 심어줄 수 없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길 교수는 “차금법이 제정되면 유치원 때부터 동성애가 정상이라고 집요하게 가르치게 될 것”이라며 “차금법과 유사한 법이 앞서 제정된 영국에서는 법 제정 10년 만에 청소년 동성애자가 33배 늘었다는 조사도 있다”고 소개했다. 한 언론이 이를 동성애 교육으로 인한 증가가 아니라 숨겨진 이들이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지만, 길 교수는 “법 제정 직후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그 이후로 계속 늘고 있다”며 재반박했다.
진평연은 이처럼 차금법 폐해뿐 아니라 인권과 동성애에 관한 사람들의 오해를 바로잡는 활동도 펼친다. 대표적으로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주장과 동성애자를 보호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길 교수는 “1990년대 동성애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다 번복됐다”며 “2019년 48만명을 조사했지만, 동성애 유전자는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추세 주장도 유엔에 가입한 195개국 중 동성애를 처벌하는 국가만 70개가 넘고 동성애를 찬성하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길 교수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서로 네트워크를 맺고 각국에서 동성혼 합법화가 이뤄질 때까지 집요하게 작업 중”이라고 우려했다.
그에 맞서고자 지금까지 506개의 각 개신교단과 교계 연합기관, 전국 시민단체 등이 진평연이란 이름 아래 모였다. 특정 이익 집단만의 모임에 매몰되지 않도록 뜻이 맞는 불교계와 천주교계 단체와도 연합한다.
진평연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차금법이 지닌 폐해와 문제를 알리고자 한다. 관련 자료집을 만들어 입법 현장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이끄는 작업도 한다. 이들은 차금법 제정을 두고 한국교회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점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원 목사는 “성경에 관한 해석의 폭이 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십계명 속 간음하지 말라는 문구와 동성애를 죄라고 본 걸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느냐”며 “성경을 경전이 아닌 참고서로만 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을 우상으로 삼기보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을 바탕으로 인권을 얘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동성애에서 빠져나오길 원하는 이들을 돕고 보살피는 사역에도 나서려 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사역의 방향은 단순히 차금법을 반대하는 운동에 국한되지 않았다. 초기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금주·금연운동을 벌여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키고 사회를 정화하는데 앞장섰던 것처럼 교계 안팎으로 경건 운동을 펼치려 한다. 원 목사는 “동성애 문제로 한국교회가 다시 깨어난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 먼저 거룩한 삶을 살아내며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교수도 “과거 교회 부흥이 회개를 바탕으로 일어났던 것처럼 성도들이 먼저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 하나님의 거룩함이 사회에 퍼져나가게 이끌어야 한다”며 “어둠을 이기는 방법은 결국 우리가 빛을 내면 된다”고 거들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