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성서해석학을 세계 신학계에 알리는 책이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발간됐다. 이원우 미국 칼빈대 구약학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신학자 25명이 영어로 저술했다. 한글 성서 번역의 의미, 유교 불교 도교 샤머니즘 등과 기독교가 주고받은 영향, 19세기 선교 초기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분단 이후 통일의 노력, 민중신학과 페미니즘 등 여러 가지 색실로 직조한 한국 성서해석학의 다채로운 모습(Tapestry of Korean Biblical Interpretation)을 담고 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The Oxford Handbook of the Bible in Korea’(표지)를 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표지는 1911년 신약과 구약의 한글 완역을 거쳐 발간한 ‘셩경젼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교수가 대표 편집을 맡았고, 기획에서 완간까지 5년이 걸렸다. 핸드북이라고 하지만 집필진이 25명이나 되고 분량도 400쪽이 넘는다.
이 교수는 서문에서 “한국 기독교는 세계적으로 급속한 성장, 보수적 신학 성향, 정치적 투쟁에 참여(일제 강점기, 남북 분단, 군사 독재), 선교 정신, 교회 분열, 물질주의, 세속화 등으로 유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평판은 한국과 한국인 교포 신앙 공동체가 종교문화, 사회정치, 이민사회 맥락 등에서 성경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와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책은 서론을 거쳐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직후 산업화 시기, 설교와 찬송 등에서의 자기 신학화 과정, 남북통일을 위한 노력 등을 소개했다.
미국 거주 한인 교포들의 성서해석학 역시 다루고 있는데 주변인과 소수자, 여성주의적 디아스포라로서 겪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7일엔 책 출간을 기념하는 간담회가 '한국적 성서해석에 대한 세계 성서학계에서의 의미'란 제목으로 화상 플랫폼 줌(zoom)을 통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 교수는 기조 강연을 통해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공부할 때 교수로부터 '한국인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란 질문을 받고 이를 염두에 둬왔다"고 말했다. 그는 "콩이 서양에서는 파스타의 재료가 되지만, 한국에선 청국장이 된다"면서 "한국적 성경 해석의 특징을 찾는 한편 미래에는 성경학자들을 벗어나 목회자와 평신도가 보는 한국적 성경 해석도 담아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규 성공회대 구약학 교수는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창조를 불교와 도교의 관점과 비교해 살펴보는 해석을 들려줬다. 김 교수는 "성경 해석이 이스라엘 중심의 역사비평주의를 넘어 동아시아에서 종교 간 대화를 모색하는 방법으로까지 확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하경택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북한에 대한 고려를 반영한 통일 신학을, 천사무엘 한남대 교수는 유동식 전 연세대 교수의 토착화 신학 등을 언급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