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참사에도… 현대산업개발, 시공사 지위 유지한다

입력 2022-06-21 04:03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촉발한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은 “17일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찬반투표를 거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아파트 시공권을 계속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정기총회에서는 현산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고 시공 계약을 유지하자는 찬성이 562표 89.2%로 반대 54표 8.4%의 10배가 넘었다. 기권·무효는 15표 2.4%로 집계됐다.

현산이 고급 마감재는 물론 수영장 등 호텔급 커뮤니티 공간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건 게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합원들은 시공사를 변경할 경우 최소한 1년 이상의 기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산 측은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가구당 1000만원 입주지원비 지급과 특정 품목 옵션의 무상 제공, 최고급 내·외장재 사용과 함께 하자 보증기간도 1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한다는 이례적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조합원들이 입주할 때까지 추가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붕괴사고 여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지위를 지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총회에서는 붕괴사고 당시 조합장 조모씨에 대한 연임 안건도 통과됐다. ‘재신임’ 여부를 묻는 조합장 연임 찬반투표에서 80%에 가까운 지지를 이끌어낸 조씨는 정상적으로 조합장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학동 재개발 4구역에 앞서 3구역 조합장도 맡았던 조씨는 현재 철거업체 선정 등 재개발 과정의 비리(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경찰수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