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업계가 혼돈에 빠졌다. 굴지의 기업들이 매각·상생안 무시 논란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내·외부 요인으로 기업 경영에 문제가 이어지면 고스란히 서비스 질 저하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불확실성을 조기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모빌리티 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은 지난 17일 임직원 대상으로 간담회 ‘올핸즈’를 열고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류긍선 대표와 안규진 사업부문총괄부사장(CBO), 이창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매각설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경영진들은 매각 논의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걸 인정했다. 류 대표는 “본사 차원에서 매각 논의를 진행했던 건 맞다”고 했다. 다만 장기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일 뿐, 결정된 바가 없다. 만약 직원 복지, 고용 유지 등에 있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으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나도 주주로서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카카오 이름을 떼도 경쟁력이 있다. 카카오가 아닌 우리 자신을 믿자”고 덧붙였다.
그러나 직원들 반응은 냉랭하다. ‘카카오로부터 독립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발언에 반감이 크다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성장했고, 라이언 같은 카카오 캐릭터는 ‘정체성’과도 같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반박이다.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노동조합 가입자는 올해 1월 35명에서 지난 16일 360명에 이르렀다. 전체 임직원(700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티맵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놓고 잡음을 내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대리운전 관제 프로그램 기업 ‘로지소프트’의 지분 100%를 547억원에 인수했다. 유선콜 대리운전업에 직접 나서는 대신 콜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프로그램사 인수를 ‘대기업의 꼼수 진출’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의 신규 진출과 사업 확장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티맵모빌리티가 관제업체 인수로 동반성장위의 권고안을 우회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체 대리운전 시장의 80%는 유선전화(콜) 기반 대리업체에서 차지한다. 이 가운데 콜 대리업체의 80% 이상이 로지소프트의 대리운전 관제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20일 “선수가 심판을 돈으로 사고 그 심판이 또 선수로 뛰게 됐다. 티맵의 행보를 철저하고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티맵 측은 “동반성장위 권고안은 중개프로그램 업체가 아닌 ‘전화 콜 업체’에만 해당한다. 중개프로그램 업체 인수나 투자는 담겨있지 않다”며 맞선다. 전화 콜 업체와 중개프로그램 업체의 업종 코드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권고안을 어긴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사업 확장과 사업구조 변경 과정에서 잇따라 갈등이 불거지면서 모빌리티 업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기업 가치만을 생각하다 모빌리티 산업 전체에 타격을 입히지 않도록 갈등 해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