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내린 조치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정리해고를 진행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경쟁사에게도 ‘비용을 줄이라’고 훈수까지 했다.
머스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트위터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화상회의에서 “인원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비용이 매출을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뒤 가진 첫 상견례 자리다. 회의 후 트위터 직원들은 내부 채널을 통해 대량 해고 가능성을 우려했다.
머스크는 지난 2일에도 테슬라 임직원에게 ‘전 세계에서 모든 고용을 일시 중단하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머스크는 “경제 상황에 대한 느낌이 매우 좋지 않다. 많은 분야에서 과잉인력이 있어 약 10%의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대신 시간제 근로자를 늘리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머스크를 비꼬는 등 부정적 여론이 확산했다. 머스크는 2018년에도 제품 생산 차질과 실적 부진으로 3000명 넘는 인력의 감축을 추진했었다. 당시 머스크는 “비즈니스에서는 평범한 일”이라며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불필요한 지방은 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테슬라는 직원 감축을 시작했다. 테슬라 싱가포르 지사장인 크리스토퍼 부지그는 지난 12일 SNS에 “내 역할은 오늘부로 없어졌다”며 해고 소식을 전했다. 그는 테슬라에서 최초로 동남아시아 국가 총괄로 임명했던 인물이다. 로이터는 최근 테슬라의 채용공고가 평소보다 14% 가량 줄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도 테슬라 직원들의 해고 소식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노조가 없다. 다만 전기차 점유율이 가장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테슬라 중국법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테슬라의 인력 감축 계획에 대해 들은 바 없다. 오히려 중국에선 더 많은 인력을 채용 중”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대항마’로 손꼽히는 라이벌 전기차 회사들에게도 비용 절감을 훈수했다. 그는 “리비안과 루시드는 파멸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자동차 회사의 공동묘지에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18일에는 현대자동차가 올해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9%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을 트윗하며 “현대차는 꽤 잘하고 있다(Hyundai is doing pretty well)”고 적었다.
테슬라는 차량 가격도 올렸다. 올해 들어 네 번째다. 모델3 가격은 기존 6699만원에서 7034만원으로 인상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롱레인지는 9485만9000원으로 536만9000원 올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일 “그동안 테슬라는 원자재 값 상승과 공급망 압박으로 가격을 수차례 올렸었는데, 여기에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이라는 인상 요인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