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오시지? 수업 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지난달 12일 장신대 신대원 2학년생인 신재승(27), 정재은(26) 전도사는 서울 광진구 학교 내 소양주기철기념관(소양기념관) 앞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신호선(31) 전도사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8시 15분에 만나기로 했던 신 전도사는 30분이 다 돼서야 어머니 강미연(55)씨가 힘겹게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도착했다.
신 전도사 어머니 강씨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늦어 미안하다”며 두 전도사에게 휠체어를 넘겼다. 신 전도사는 두 전도사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부랴부랴 오전 8시 25분 첫 수업 강의실로 향했다. 하지만 이날 소양기념관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는 바람에 세 전도사는 비장애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신 전도사님을 도우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배워요.” 분주함 속에서도 두 전도사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도움이 기쁨이자 큰 배움이라고 했다. 두 도우미 전도사는 벌써 5년 넘게 장애 학생들을 돕고 있다. 신 전도사와는 지난 4월 연결이 됐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 도착했고 두 도우미 전도사는 종종걸음으로 휠체어를 밀며 강의실로 들어갔다. 봄바람 살랑거림에 평온하고 시원했던 5월, 5살 때부터 근육영양장애를 앓고 있는 신 전도사와 그의 어머니, 두 도우미 전도사는 등굣길부터 땀을 흘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두 도우미 전도사는 강의실에서 들어서자마자 책상을 배치했다. 신 전도사는 교실 맨 앞자리에 마련된 장애 학생을 위한 높낮이 조절 가능 책상에 앉았다. 두 전도사는 신 전도사 바로 뒤 책상에 앉아 수업 필기 작성을 대신해 줬다. ‘기독론’ 수업에서 백충현 교수는 신 전도사를 “장애가 있음에도 성실한 학생으로 기억한다. 지난 중간고사 때 시험 시간 연장을 요구해 시험시간을 1.5배 연장해줬다”고 했다.
“정 전도사님이 필기를 마무리해주시고 저는 그동안 신 전도사님 화장실 인솔할게요.” 쉬는 시간이 되자 두 도우미 전도사는 다시 분주해졌다. 정 전도사는 수업 필기를, 신재승 전도사는 신 전도사의 화장실 용무를 돕기로 했다. 강의실이 있는 5층 화장실에는 장애인 전용 공간이 부족해 신 전도사는 4층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장애인용 칸 화장실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신 전도사가 화장실 용무를 마칠 때까지 도우미 전도사가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신 전도사는 “다른 건물 화장실에 갈 걸 그랬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세 전도사의 분주했던 오전은 11시 채플을 끝으로 마무리돼가고 있었다. 오전 강의가 끝나고 세 전도사는 건물 맞은편 한경직기념관에서 채플에 참석했다. 신 전도사는 예배당 2층 뒤편 장애인용 좌석에, 두 도우미 전도사는 신 전도사를 지켜보며 서서 예배를 드렸다.
“두 전도사님, 고마워요. 장애인을 위해 배려하려는 학교에 감사하죠.”
세 전도사는 오전을 분주하게 보내고 소양기념관 장애학생 휴게실에서 신 전도사의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서로 눈높이를 맞춘 이들은 고마웠다고 인사 나누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장애인을 위해 변해가는 학교의 변화에 공감했다. 신 전도사는 “장애 학생을 위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을 전 강의실에 갖춰준 것도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신재승 전도사는 맞장구를 치며 “원래는 비장애인 학생과 같은 책상에 휠체어를 구겨 넣었다”고 했다. 정 전도사는 “교내에 많은 학생이 오가는 소양기념관에 장애인 학생을 위한 공간을 멋지게 마련해준 학교에 감사하다”고 했다. 장애학생 휴게실은 장애 학생들이 자유롭게 누울 수 있는 침대 2개,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사무용품과 사물함이 있었다. 또 이 휴게실만 개별 냉·난방 시스템이 운영됐고 세면실이 따로 있었다.
신 전도사와 어머니 강씨는 학교에 감사한 점도 많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고 했다. 신 전도사는 비장애인 학생과 더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수업이나 채플을 들을 때 늘 맨 뒤나 맨 앞에 앉아 참여해야 한다”며 “강의실 중간에 휠체어와 함께할 수 있는 의자가 있다면 학생들과 더 많이 교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 강씨는 “장신대가 장애학생 지원을 잘해 감사하지만 오늘 아들의 등교가 10분가량 늦은 것처럼 학교 측의 배려가 더 필요하다”며 아쉬워했다. 언덕길이 많은 학교 특성상 강씨는 아들의 등교를 위해 학교 남문을 이용해 여전도회기념음악관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탑승할 때 늘 학생들과 순서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 장애인 배려,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 등 장애인 학생을 바라보는 의식이 더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 전도사와 강씨는 장애인 기숙사 이용에 대해서도 학교 측의 적극적 검토를 요구했다. 강씨는 “제약이 많은 건 알지만 아들이 장애인 기숙사를 이용하며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며 지내면 더 좋겠다”고 했다.
신지호 기자 유경진 인턴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