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제 위기 태풍에도 원외 공방만… 3주째 손놓은 국회

입력 2022-06-20 04:04
국회 공백 상태가 3주째 이어진 19일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처리되지 못한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양보 없는 대치를 지속하면서 국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3주째 공전하는 가운데 여야가 민생과 정치 현안을 챙기겠다며 각종 특위와 태스크포스(TF)만 꾸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어느 한쪽도 양보할 생각이 없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경제 위기 속에 정치권이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은 듣고 싶지 않아 특위·TF를 통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입법권이 없는 자체 조직을 통한 ‘아웃복싱 정치’는 결국은 ‘면피 정치’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에서 이미 출범했거나 출범을 앞둔 특위와 TF는 3개다. 물가민생안정특위가 지난 16일 첫 회의를 열고 시행령 개정을 통한 유류세 인하 방안 등을 정부와 논의했다.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정책을 지원할 반도체산업지원특위(가칭)도 이달 중 출범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출신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에게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TF도 발족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 구성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 여당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TF를 통해 외곽에서 민생 현안을 챙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21일 외교안보, 23일 가상자산을 주제로 한 정책 의원총회를 연이어 개최한다. 원 구성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일하는 여당’의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몽니로 국회 공전 사태는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경제위기 극복과 외교안보 강화, (서해 사건) 진실규명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생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며 원내에 민생우선실천단을 만들었고, 당 차원의 민생경제대책기구(가칭) 출범을 준비 중이다.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등에 대비한 TF도 발족을 앞두고 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TF도 가동 중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계획이라 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원 구성이 안 된 불가피한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두 후보자 모두 부적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자진 사퇴하거나 윤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국회의장단 단독 선출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조정을 전제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체계·자구 심사권이 형해화되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 구성 협상은 다음 달 중순까지 타결이 안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승은 김승연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