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사령탑과 함께 돌아온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평가전 2연승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장신 포워드 중심의 뛰는 농구로 다음 달 예정된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22를 앞두고 팬들에게 즐거움과 기대감을 선사했다.
대표팀은 18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초청 2022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필리핀과 대결에서 106대 102로 승리했다. 전날 열린 1차전 96대 92 승리에 이어 이틀 연속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아시아컵 예선에서 한국에 2패를 안겼던 만만찮은 전력의 필리핀을 상대로 설욕전을 펼쳐 의미가 있었다.
두 경기 모두 화끈한 화력전이었다. 경기 초반에는 필리핀 가드진의 빠른 스피드와 외곽슛 등 개인 기량에 말리며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에이스 드와이트 라모스와 론 아바리엔토스를 중심으로 샨 추이와 칼 타마요 등 빅맨들까지 빠르게 달렸다. 우리 대표팀 역시 함께 달렸다. 라건아와 여준석이 상대 골밑을 적극 공략했고 허웅과 허훈, 최준용 등이 클러치 타임 3점으로 약속의 3쿼터를 가져오며 경기를 뒤집었다.
추일승 감독이 보여준 새 대표팀의 컬러는 ‘포워드 농구’에 가까웠다. 허웅과 허훈 형제가 중심이 된 앞선을 제외하면 선수 면면이 대부분 190㎝에서 2m를 넘는 장신 선수들로 구성됐다.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라건아와 이번 2연전에 출전하지 못한 하윤기 정도를 제외하면 정통 센터보다는 스윙맨 스타일로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들이 많았다. 피지컬이 좋고 스피드 있게 코트를 오갈 수 있는 장신 포워드를 중심으로 공격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는 런앤건 스타일과 킥 아웃을 통한 외곽 찬스를 적절히 조합하려는 지향점으로 보인다. 견고한 수비와 스페이싱을 강조하며 외곽 찬스를 만들어내는 3&D 전술에 집중해 ‘코든스테이트’로 불린 기존 대표팀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덕분에 스피디한 농구를 선보이는 필리핀과 점수쟁탈전 양상으로 경기가 전개돼 오랜만에 대표팀 경기를 찾은 농구팬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이번 시즌 KBL MVP 최준용은 1차전 3쿼터에만 12득점 3어시스트로 폭발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차세대 스타 여준석은 최준용의 패스를 받아 그간 대표팀 경기에서 보기 힘들었던 역동적인 앨리웁 덩크를 터뜨리는 등 내외곽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리그 최고 인기스타 허웅은 1차전 16득점, 2차전 21득점을 꽂아넣으며 팀에서처럼 대표팀에서도 클러치 타임에 가장 빛났다.
수비 부분에선 물음표가 남았다. 장신 라인업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앞선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고 필리핀 가드진에게 무수한 외곽슛을 허용하며 2경기 평균 97점을 허용했다. 다음 달 12일 중국전을 시작으로 바레인 대만과 맞붙을 아시아컵 조별리그를 앞두고 보완이 필요하다.
수비 조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추일승호가 국제무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장신 라인업으로 체질 개선을 선택한 만큼 더 많은 실전 경험과 적응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장기적 관점에서 NBA 도전 중인 이현중을 비롯해 부상 이탈한 김선형 문성곤, 군 문제를 해결 중인 안영준 등 앞선 활동량을 보장하는 멤버들 역시 차후 대표팀 엔트리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