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공포’ 연 7% 돌파 주담대, 연말 8%대 전망

입력 2022-06-20 00:03
정부가 21일 임대차 보완 대책 등 부동산시장 안정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거래실종과 대출금리 부담 증가로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사진은 19일 서울시내 한 재건축 단지 모습. 연합뉴스

대출금리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대에 들어섰고, 연말이면 8%대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신용대출도 1등급 기준 5%대 중반이다.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매수자들이 부동산시장에서 발을 빼며 거래도 급속도로 사라지는 형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고정금리) 금리는 4.33~7.14%를 기록했다. 신용대출도 상단 5.51%를 기록하며 5%대 중턱을 넘어섰다. 다만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지난 4월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는 5.6% 수준이었는데, 당시 신용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은행채 6개월물 금리는 1.8%대였다. 이 금리는 지난 1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2.5%까지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미 대다수 차주들의 신용대출 금리는 6%대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지만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많게는 1.25%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지난 15일(현지시간)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인상)을 밟은 데 이어 다음 달에도 같은 수준의 금리 인상폭을 가져갈 것을 시사한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2.75%) JP모건(3.0%) 등은 연말 한은 기준금리가 3%에 가까워질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화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이자 부담에 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작았다.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 잔액은 5000억원 감소한 27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째 감소세다.


급격히 불어난 이자 부담에 부동산시장도 냉각되고 있다. 서울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4680건이었던 서울 부동산 매매 건수는 지난달 1594건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아직 월중이지만 이날 기준 6월 거래량도 308건에 불과하다. 서울(-0.13%) 경기(-0.41%) 인천(-0.31%) 등 수도권 지역의 집값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나타났던 부동산·금융시장의 동시다발적 붕괴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2008년 10월부터 2013년까지 수직하락하며 시장이 장기침체됐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 기대심리가 악화되며 관련 대출 수요가 급감하고 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강화하는 등 악순환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지훈 김진욱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