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외향적인 분”… 김건희 여사 ‘광폭 행보’ 눈길

입력 2022-06-20 00:02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1주일간 6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공개·비공개 일정을 가리지 않고 보폭을 넓히며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용한 내조’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대통령실의 보좌하에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여사는 지난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고, 16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를 만났다. 전직 대통령 부인을 모두 만나 인사하고 조언을 얻겠다는 취지였다.

김 여사는 14일에는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 부인 11명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오찬 모임을 가졌다. 이어 17일에는 윤 대통령과 함께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만났다. 김 여사는 이어 18일 고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에 윤 대통령 없이 홀로 참석했다. 심 소령은 지난 1월 임무 수행을 위해 F-5E 전투기를 몰고 이륙하던 중 추락해 순직했다. 김 여사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방명록에 “당신의 고귀한 희생, 대한민국을 지키는 정신이 되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김 여사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 기간이던 지난해 12월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던 때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당시 발언은 취임 후에도 조용히 내조하며 외부 활동을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잠행 모드를 이어갔으나 지난주를 기점으로 본격 활동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동물권 보호나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김 여사의 활동에 제동을 걸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기간에는 두문불출했지만 향후 5년 내내 외부 활동을 제약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는 사업가 출신인 데다 워낙 외향적인 성격”이라며 “지인 동행 등 불필요한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대통령실 차원에서 앞으로 보좌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지금처럼 (김 여사의 활동을) 어물쩍 우회 지원하는 방식은 안 된다”며 “공적 기구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불필요한 비선 논란을 막는 현명한 길임을 명심하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는 19일 참석하기로 했던 대통령실 이전 기념 주민 초대행사에는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는 따로 챙겨야 할 일이 있어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만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인근 지역주민과 어린이, 소상공인 등 약 400명이 초청됐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