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기 침체 심상치 않다”… 위기대응 초비상

입력 2022-06-20 04:01
국민DB

국내 주요 그룹이 잇따라 비상 전략회의를 연다. 경제 위기의 크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고, 길게 이어진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미·중 무역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유동성 풀기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확장하면서 ‘부채의 급증’은 한계선을 넘었다. 각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 침체에 속도가 붙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이 전략회의를 열고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짜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21일부터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이 주관하는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전략회의를 갖기는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부회장이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만큼, 위기 극복의 열쇠로 제시된 ‘기술 초격차’를 집중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폭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의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지난 17일에 최태원 회장이 참석하는 ‘2022년 확대경영회의’를 가졌다. 최 회장은 ‘SK 경영시스템 2.0’ 구축을 새로운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최 회장은 “현재 사업에 국한해서 기업 가치를 분석하면 제자리걸음만 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면서 필요하면 현재 사업 모델을 탈출하는 과감한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음 달에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지역별 및 글로벌 전략을 점검한다.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여기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도 지난달 30일부터 구광모 회장이 참석하는 전략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의 계열사들이 세계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찾는다.

롯데그룹은 다음 달에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고 주요 사장단이 참석하는 가치창조회의(VCM)를 갖는다. 포스코그룹도 다음 달 중에 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전례없이 크다. 위기 대응을 어떻게 할지가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엽 황인호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