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딸’ 만나 거친 표현 자제 당부… 친문 “눈 가리고 아웅”

입력 2022-06-20 04: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열혈 지지층에게 거친 의견 표명을 자제할 것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 ‘문자 폭탄’과 ‘대자보 테러’ 등 이들의 도를 넘는 행위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거듭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 지지층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에게 “과격한 팬덤은 이적행위”라고 선언할 것을 주문했다.

이 의원과 친문계 사이 긴장 관계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당내 ‘개딸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명색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억압적 표현을 한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어린아이도 과하게 억압하면 반발하지 않느냐, 과격하고 거친 표현과 억압적 행동은 (상대의) 적개심을 강화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제대로 된 리더가 돼주셨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사실상 당대표 도전을 요청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너무도 당연한 이 원칙이 관철되지 않는 것은 정말 문제”라고 답했다.

이를 놓고 당내에서는 이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권리당원 및 일반당원의 의결권 확대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전당대회와 무관한 원론적 언급”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의원의 적극적인 행동에도 친문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한 친문 의원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딸들의 과도한 행위를 자제시키려면 진작에 했어야 한다”며 “지금 와서 이러는 건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하는 쇼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친문계 중진 의원도 “이 의원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앞으로 문자폭탄을 보내는 지지자는 국민의힘 지지자로 간주하겠다’는 수준의 단호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그래도 개딸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절연 선언도 불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는 개딸에 대해서는 ‘자제 당부’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정치인에게 팬덤과 결별하라는 주문은 비현실적”이라며 “친문계가 주장하는 개딸의 부작용도 대부분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도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국회의원의 책무”라며 “인위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결별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