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황모씨는 최근 마트에 갔다 수박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황씨는 “올해 수박이 달다는 얘기를 들어서 오랜만에 수박을 샀다. 지난해에도 한 통에 1만6000~1만7000원으로 비쌌던 것 같은데 올해는 더 올라서 2만3000원은 줘야 했다. 여름인데 제철 과일 먹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면서 여름 제철과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수박은 기상 악화로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한 통에 2만원을 넘었다. 수입 과일도 물류비용 증가 여파로 가격이 치솟았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aT)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수박 한 통의 소매가격은 2만1347원으로 평년(1만6492원)보다 29.4%나 뛰었다. 지난해(1만7556원)와 비교해도 21.6% 비싸다. 도매가격도 한 통에 1만6460원으로 평년(1만5059원)보다 9.3% 올랐다.
올해 수박 가격이 크게 오른 건 작황 부진으로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달 수박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약 4% 감소했다. 지난 3월에 일조시간 부족, 낮은 평균기온 등으로 기상 여건이 나빠지면서 수정 상황이 좋지 않았다. 4월에는 큰 일교차로 수박 모종의 생육이 지연되기도 했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수박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면서 재배 면적도 감소했다.
반면 수박을 찾는 이들은 늘어났다. 비가 적게 오고 고온이 이어지면서 수박 맛이 예년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다. 물량은 줄었는데, 수요는 예년보다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이미 3~5월 이마트의 수박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6%나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봄부터 이어진 이른 더위에 일찌감치 여름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에 대형마트들이 할인행사를 벌이면서 수박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기에다 다른 여름 과일들도 가격 오름세를 타고 있다. 특히 항공 물류비용 증가, 컨테이너 수급 문제, 현지 작황 부진 등의 여파로 수입 과일의 가격이 치솟았다. 오렌지는 개당 1000원을 훌쩍 넘는다. 미국산 네이블 오렌지 소매가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10개에 1만4523원이다. 평년(9599원)보다 51.3% 올랐다. 망고 소매가는 개당 5308원으로 평년보다 23.1%, 파인애플은 개당 6560원으로 15.9% 비싸졌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