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 공무원 피살’ 기록물 비공개 열람 검토할 만하다

입력 2022-06-20 04:03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월북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이후 정치권이 벌집을 쑤신 듯하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가 당시 사건을 왜곡해 실종 공무원을 월북자로 몰았다며 문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미 ‘월북’으로 결론이 났던 사건을 뚜렷한 근거 없이 뒤집어 이전 정부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020년 9월 발생한 사건을 놓고 두 정당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의 발표로 사건의 실체가 명료해지기는커녕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이를 둘러싼 정쟁이 확산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게 급선무인 정치권이 과거 사건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며 정쟁에 매달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는 무분별한 주장을 삼가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월북 사실을 알아낸 대북 첩보 기능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첩보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너무 안이한 인식이다. 염려하는 지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국가안보를 이유로 진상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동의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월북 공작’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중대한 사안이다. 어떤 이유로도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

피살 공무원의 월북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국방부와 해경이 결론을 뒤집었지만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진실은 하나일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월북이라고 판단했던 근거를 제시하면 소모적 논란을 끝낼 수 있다. 근거가 납득할만한 수준이라면 민주당 정권이 사건을 왜곡했다는 의혹을 벗고 국민의힘에 역공을 가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나.

감사원이 관련 기관 감사에 착수했고 유족들의 고소로 당시 청와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정보 접근이 제한돼 진상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시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 과정이 담긴 자료가 실체 규명을 좌우할 텐데 최장 15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있다. 국민의힘의 열람하자는 주장을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비공개로, 그것도 월북 판단 근거 부분만 제한적으로 열람하고 비밀을 엄수하는 조건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민주당이 열람을 계속 거부한다면 뭔가 숨기려 한다는 의심을 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