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로’ 하예린 “동양인 배우 위한 기회 넓히고 싶다”

입력 2022-06-20 04:06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SF 시리즈 ‘헤일로’에 출연한 한국계 호주인 배우 하예린. 파라마운트 플러스 제공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SF 시리즈 ‘헤일로’에서 익숙한 한국어가 들린다. 주연 배우 하예린은 한국계 호주인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던 그가 이번 시리즈로 한국 시청자들과 본격적으로 만났다.

지난 16일 국내 공개된 이 시리즈는 ‘SF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에 참여했다. 동명의 게임이 원작이다. 26세기를 배경으로 인류가 만들어낸 최강의 전사 ‘마스터 치프’가 인류와 함께 외계 종족 코버넌트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하예린이 맡은 ‘관 하’는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다.

원로배우 손숙의 손녀인 하예린은 호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생 시절 계원예고를 다니면서 잠깐 한국에서 생활했다. 그는 16일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헤일로’ 출연에 대해 “할리우드에 동양인 캐릭터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출연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젊은 동양인 배우들을 위해 기회를 더 열고 싶었다”고 밝혔다.

미국 ABC 방송의 시리즈 ‘리프 브레이크’에서 테크니 제인 역으로 데뷔한 그는 대학교 선배의 권유로 ‘헤일로’ 오디션에 지원했다. 관 하역에 발탁된 후에는 액션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운동에 매진했다. 반란군 리더의 딸로서 당당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캐릭터를 묘사하려 애썼다.

파라마운트 플러스 제공

하예린은 ‘헤일로’로 SF 장르에 처음 도전했다. 평소엔 SF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파란색 배경 앞에서 연기하며 우주를 상상해야 했다”며 연기에 임하기 어려웠던 순간을 돌이켰다. 사실 그는 영화보다 연극에 더 관심이 많다. 할머니 손숙의 영향이 컸다. 하예린은 “연극을 사랑해서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외국에선 (어떤 장르든) 동양인 역할이 생기면 그냥 잡아야 했다”고 전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한국인 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데 대해 하예린은 “(서구에서) 동양인 배우를 받아들여 준 게 좀 늦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예린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주로 돌아가 국립극예술원(NIDA)에 진학했다.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호주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망이 컸다.

하예린은 “‘호주는 할리우드보다 10년 뒤처져 있다’라 말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느낀다”며 “얼마 전 호주에서 작품을 했는데 나를 원해 뽑았다기보다 (인종의) 다양성을 위해 캐스팅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