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증시 급락세에 원금 손실 현실화… 작년 발행 상품 중 상당수 ‘녹인’ 진입

입력 2022-06-20 04:07

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국내외 기초자산과 연계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가입자들의 원금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ELS 1만5408개 중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품 145개가 원금손실구간(Knock-In·녹인)에 진입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에 비해 19개 증가한 수치다. 올해 발행된 ELS 중에서도 코스피 급락세가 펼쳐졌던 1~2월 발행 상품 9개가 벌써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ELS는 계약만기일까지 특정 종목 주가,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고금리의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시점 대비 40~50% 이상 떨어지면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 만기일 전에 한 번이라도 녹인이 발생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만기까지 녹인을 벗어나지 못하면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발행된 ELS 중 올해 들어 만기가 돌아온 녹인 진입 상품은 99개에 달했다.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 상품들은 기초자산 가격이 역대 가장 높았던 시기에 발행된 탓에 올해 주가 폭락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주 만기가 돌아온 ‘키움증권1584(ELS)’ ‘유진투자증권393(ELS)’ 상품 투자자들은 원금손실이 확정됐다. 이들의 기초자산은 삼성전자 하나로 만기 상환일에 삼성전자 최초 기준가격의 80% 미만이면 원금의 일부만 상환된다. 다음 달 만기가 다가오는 ‘KBable1811(ELS)’ ‘NH투자증권21021(공모/ELS)’ ‘신한금융투자21295(공모/ELS)’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ELS의 목표 달성 수준을 나타내는 조기상환 금액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4월 2조500억원에 달했던 조기상환 금액은 지난달 40% 수준인 8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달도 현재까지 4800억원에 불과하다. ELS 투자자는 3개월, 6개월 등 주기로 돌아오는 기초자산 평가 시기에 주가가 특정 수준을 충족하면 원금을 조기에 상환하며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원금 손실 공포는 점점 커지고 있다. ELS에는 주로 시가총액이 크고 주가 변동성이 적은 대형주들이 사용되지만 최근 급락장에서는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의 부진이 컸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