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를 통해 ‘큰손 사모님’ 등 ‘그들만의 리그’를 깼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미술품 공동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 김재욱(41·사진) 대표는 지난 16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기존 미술시장은 고액 자산가 중심의 시장이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억대 이상이라 가격 진입 장벽이 있다 보니 일반 대중은 관심이 있어도 접근이 어려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김 대표는 2011∼2013년 KPMG(삼정회계법인)의 대체투자 자문부서에서 일하며 미술품 투자관련 보고서를 쓰다 미술품 컬렉팅에 입문했다. 이후 미국계 사모펀드를 거쳐 2015∼2018년 간송미술관에서 회계사로 근무한 게 미술품 조각 투자 사업을 구상하는 계기가 됐다. 건물 등 다른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돼 자산 가치가 하락하지만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은 희소성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오른다는 데서 시장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미술시장은 전망이 밝다”고 단언했다. 이어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8000억원으로 커졌지만 아직도 국내총생산(GDP)대비 0.04% 수준으로 선진국의 GDP 대비 0.1%에 비해 턱없이 작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미술품 공동투자 등 새로운 투자 방식이 가세해 대중의 자금이 흘러들어오면서 올해는 1조원 규모로 미술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술품 조각 단위가 1000원이나 1만원 1종인 다른 플랫폼과 달리 아트앤가이드의 경우 조각 단위가 10만원, 100만원, 1000만원 고액도 있다. 그는 “1000원은 미술품에 애정을 가질 만한 돈 단위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초보자들이 재미삼아 하라고 1만원짜리를 추가했지만, 대부분 10만원 100만원 단위로 구매에 참여한다. 돈의 단위가 클수록 구매자들이 작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재구매율도 높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평균 보유 기간 10개월은 미술품 투자에선 짧은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물론 좋은 작가의 경우 작품을 장기간 보유할수록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건 맞다”고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전에 한번도 미술품을 사보지 않은 초보자들이 많다. 그들의 경우 몇 년씩 돈이 묶여 있으면 미술품에 대한 관심을 갖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조각 투자의 경우 실물을 소유하지도 못하고 실물을 보지 않은 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진정한 컬렉터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고 전부를 누릴 수는 없습니다. 미술품을 향유하고 싶다면 그림 자체를 사는 게 맞겠지요.”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