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 친(親)기업 정책으로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 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버리고 먼저 ‘파이’를 키운 뒤 분배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노리는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법인세율을 5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법인의 해외소득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키로 했다. 재계가 우려를 표명해 온 중대재해법을 비롯한 기업 규제도 큰 폭으로 완화한다. 또 징벌적 세금이란 지적을 받아온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다만 ‘부자 감세’라는 비판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목표로 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시장 주도로 경제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 첫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법인세율 인하다. 2017년에 25%로 조정했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하향한다. 투자·임금증가·상생협력 분야에 지출하지 않은 당기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20% 추가 과세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폐지된다. 국내 기업이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현지와 국내에서 이중으로 과세하도록 돼 있는 배당소득과세 역시 손질한다. 앞으로는 기업이 해외법인에서 배당 형태로 받은 해외소득은 비과세 대상이 된다.
규제 완화도 전면에 내세웠다. 사업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부터 손본다. 재해 예방 실효성은 제고하되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독과점 방지를 위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도 상향 조정하는 식으로 숨통을 틔운다. 정부는 부당지원·사익편취 행위 규제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경제위기 상황을 타파하고 내년부터 경기를 반등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3.1%)보다 0.5% 포인트 낮춘 2.6%로 수정했다.
정부가 선성장 후분배 원칙을 내세웠지만 이 과정에서 부자 감세 비판이 뒤따를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를 부자 감세로 연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세 완화도 정상화·합리화 조치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첫 처방으로 꺼내든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대책은 인기 없이 흘러간 유행가를 또 틀기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가 안정 방안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류세 30% 인하 조치 연말까지 연장, 기저귀·분유 부가가치세 영구 면제 등을 내세웠지만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기존(2.2%)의 배 이상인 4.7%로 상향 조정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이상헌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