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홈런은 파워의 상징이다. 홈런왕을 한 차례 이상 획득한 건 이만수 장종훈 이승엽 이대호 등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극소수 레전드뿐이다. 치열한 경쟁도 경쟁이지만 꾸준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2010년대 들어 홈런 타이틀을 양분하는 두 선수, 최정과 박병호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30대 중반에도 여전한 파워로 KBO 홈런 기록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SSG 랜더스 최정은 1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원정 경기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 KBO리그에서 17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도달했다. 데뷔 2년 차인 2006년 12홈런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매해 1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이미 지난해 16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세워 종전 기록인 장종훈(1988∼2002년) 양준혁(1993∼2007년)의 15시즌 연속 기록을 넘어섰다. 향후 몇 년 동안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정은 통산 홈런 부문에서도 413홈런으로 역대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최다 기록 보유자인 ‘라이온킹’ 이승엽(467개)을 54개 차로 추격 중이다. 2016년 40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 1위에 오른 최정은 최근 6년 동안 3번(2016, 2017, 2021년)의 홈런왕 타이틀과 함께 평균 3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연간 20홈런 페이스만 유지해도 2~3시즌 안에는 통산 홈런 역대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최정의 역대 최다 홈런 기록 달성을 위협할 현역 선수는 2005년 드래프트 동기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박병호다. 박병호는 LG 트윈스에서 키움 히어로즈(당시 넥센)로 이적한 이듬해 2012년 31홈런으로 기량이 만개하며 곧바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을 포함해 2019년까지 총 5차례 홈런왕 타이틀을 수성했다.
박병호 역시 같은 경기에서 SSG 랜더스 이반 노바를 상대로 시즌 18호 홈런을 터뜨렸다. 2위 그룹(11개)과 격차가 현격한 압도적 1위로 올 시즌 홈런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통산 6번째 홈런왕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특히 KBO리그 최초 9시즌 연속 20홈런 기록에도 2개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매년 30홈런 이상이 보장되던 파워히터 박병호지만 최근 2시즌 연속 21, 20홈런으로 다소 주춤했고 메이저리그 복귀 이후 홈런 숫자가 매년 줄어드는 추세였다. 때문에 원 소속팀 키움을 떠나 FA로 KT에 둥지를 튼 올 시즌 초만 해도 이 같은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강백호가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KT 중심타선에서 박병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중압감을 동기 부여로 승화시켜 화려하게 폭발했다.
박병호는 현재 345홈런으로 최형우(348개)에 이어 통산 홈런 순위 6위에 올라 있다. 현재 페이스만 유지해도 올 시즌 양준혁(351개), 이대호(359개)를 넘어 역대 3위권 진입이 예상된다. 2~3시즌만 더 올해처럼 몰아친다면 최정과 함께 이승엽의 역대 1위 기록에 도전하게 될 수도 있다.
최정과 박병호는 2005년 1차 지명 선수 중 현역으로 뛰는 ‘유이’한 베테랑들이다. 꾸준한 자기관리와 여전한 실력, 귀감이 되는 마인드로 향후 몇 년은 더 리그를 호령할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