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친모에게 내려졌던 징역 8년형의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애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친모가 숨진 아이의 엄마인 점은 인정되지만, 자신이 낳은 아이와 손녀를 병원에서 바꿔치기했다는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석씨가 지난해 2월 딸 김모(23)씨 집에서 숨진 ‘손녀’ A양(당시 3세)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김씨가 딸을 방치한 것으로 보고 진행되던 수사는 석씨가 A양의 친모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사건이 복잡해졌다. 검찰은 석씨가 2018년 3월 A양을 몰래 낳았으며, 얼마 뒤 김씨도 딸을 출산하자 두 아이를 병원에서 바꿔치기했다고 결론 내렸다. 범행 동기는 외도로 인한 임신 은폐라고 봤다. 아이가 바뀐 시점도 같은 해 3월 31일 오후 5시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17분 사이로 특정했다.
1·2심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3차례의 DNA 감정 결과를 근거로 석씨가 A양 친모라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출산한 산부인과에서 3월 31일 0시에 측정한 아기 몸무게는 3.46㎏이었는데 하루 뒤 3.21㎏으로 줄었던 점, 4월 1일 오후 3시56분 촬영된 사진에서 아기 발목의 식별띠가 벗겨져 있던 점이 ‘아기 바꿔치기’를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가 된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바꿔치기 혐의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양이 석씨 딸임은 확인이 됐지만 그게 곧 아이를 바꾼 혐의까지 증명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 석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목격자 진술, CCTV 영상 같은 직접 증거가 없는 점도 영향을 줬다. 김씨 친딸이 행방, 숨진 아이 친부가 밝혀지지 않은 점도 여지를 남겼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인정한 간접사실에도 의문을 표했다. 신생아 출생 후 3∼4일 동안은 몸무게가 줄어들 수 있고, 간호사가 “가끔 식별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있다”고 진술하는 등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검찰이 특정한 시점에 바꿔치기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 출산이 임박한 2018년 2월 26일에 석씨가 굳이 재입사한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만일 외도를 해 임신을 하고 중절수술을 받지 못했다면 가족 몰래 출산할 동기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론 이 사건 범행을 할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도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