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포함하는 ‘영끌 주택’ 밀집 지역의 집값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서울 용산구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의 일부 호재 지역과 비교하면 격차는 뚜렷하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서울 안에서도 시장 환경은 극와 극으로 갈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이 반복될수록 간극은 더 벌어진다고 관측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올리는 등 ‘자이언트 스텝’을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영끌족’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달 2주차(13일 기준)의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을 16일 발표하고, 매매가격 변동률에서 서울(-0.02%)과 경기(-0.03%), 인천(-0.05%)의 내림세가 가팔라졌다고 밝혔다. 부동산원은 “기준금리 인상과 추가 가격 하락 우려로 관망세가 지속하고 있다. 잇따른 매물 누적으로 가격을 낮춘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등 약보합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전체로 하락 흐름이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안에서는 특히 노원구(-0.04%)와 성북구(-0.04%)의 하락 폭이 비교적 컸다. 도봉구(-0.02%), 강북구(-0.01%) 같이 서울의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지역들도 내림세를 보였다. 이 지역들은 이미 수요도 뚜렷하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서울 동북권(노원·도봉·강북·성북·중랑·동대문·광진·성동구)의 매매수급지수는 85.4로 강남 3구가 포진한 동남권보다 9.5포인트나 낮았다.
물론 현재는 서울과 경기도, 인천을 포괄하는 수도권 전역이 하향 안정화 흐름을 타고 있다. 집값 내림세의 격차가 아주 크게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보합(0.00%) 이상의 변동률을 보인 건 5곳에 불과하다. 지난달 2주차에 매매가격 변동률이 0.05%를 상승했던 용산구도 이번 주에는 0.01%로 상승 폭이 줄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거침없이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하면 ‘대출 여건’ ‘금리 변화’에 민감한 서울 외곽지역의 가격 하락세가 한층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발표된 5월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이런 조짐이 엿보인다. 노도강 등 외곽 지역과 중심 지역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5월 한 달간 용산구의 주택 종합(아파트·연립·단독) 변동률은 0.17%에 달했는데, 노원구는 0.09%였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부동산원은 “오래된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매물이 쌓이고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